[엽기조선왕조실록] 163. 당신은 진짜 양반일까? 中

원국의 제안에 혹한 정태는 돈을 싸 짊어지고 원국이가 안내하는 곳으로 향하는데,

“야야, 진짜 돈만 내면 양반 될 수 있는 거야?”

“허 참, 속아만 살아왔나? 걍 나만 믿고 따라와.”

원국은 정태를 데리고 시전 거리 모퉁이의 한 허름한 창고로 데려가는데…

“여…여기가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간판 안보여?”

“당신의 인생을 리모델링 해 줍니다? 양반 전문 포털 지원 업체? 여기가 어딘데?”

“일단 들어가 봐.”

원국이가 등을 떠미는 통에 떠밀리듯이 ‘양반 전문 포털 지원 업체’에 들어간 정태군, 드디어 상담원과의 심층 면접에 들어가게 되는데…

“거시기…저는 친구 놈이 등을 떠밀어서….”

“양반이 되고 싶은 거군요.”

“뭐…그렇다고 해야 겠죠?”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원래 없는 것들, 궁상맞게 사는 월급쟁이들이나 내는게 세금입니다. 있는 것들, 잘사는 것들은 원래 세금도 안내죠.”

“그…그렇죠?”

“또, 그 군대는 뭡니까? 구질구질하게…. 가서 두들겨 맞고, 툭하면 자살하고, 탈영하고, 요즘은 암까지 걸려서 쫓겨나죠. 집에서 키우는 개돼지도 이렇게 대하진 않습니다. 군대…사람이라면 갈 곳이 못되는 곳이죠.”

“그…그렇죠?”

“그래서 그런지, 고상한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요약하자면 ‘양반’들께서는 세금도 안내고, 군대도 안갑니다. 그런 건 천한 것들이나 하는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양반이 될 수 있을까요?”

“양반이 뭐 별거 있겠습니까? 어디 가서 나 양반이요 라고 말하려면 증거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양반이라는….”

“그렇죠.”

“좀 잘나가는 집안에서는 과거에 급제한 뒤 받는 홍서같은 걸 내놓는데, 그런 가문이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거의 대부분의 가문들은 족보를 가지고 양반인 걸 주장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족보를 위조하는 겁니다.”

“그게…가능한 겁니까?”

“일단은 비용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어떻게 비용을 얼마정도 예상하고 오셨는지요?”

“그…그것이…일단 종류별로 다 말씀해 주시면, 제가 한번….”

“그러시다면…김양아! 여기 안내책자 하나 가져다 드려라.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게 비용대비 효과로 보면 크게 세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은 비용이 쫌 많이드는 방법으로다가 위보(僞譜)라는 게 있습니다.”

“위보(僞譜)요?”

“예, 저희 쪽에서 특별히 구성된 ‘족보 전문가팀’이 아예 새로운 족보를 하나 만들어 주는 겁니다. 이게 좀 문제가 되는 것이, 전혀 새로운 족보를 만드는 것이라서….”

“그럼 그거 뽀록날 확률이 있다는 겁니까?”

“뽀록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20년 전통의 저희 업체에서 특별히 엄선한 전문가 팀이 완벽하게 족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가짜 족보여서 선생님이나 가족 분들이 가짜티를 내지 않도록 완벽하게 양반 행세를 해야 한다는게 문제입니다.”

“…너무 어려워서…쉽게 좀 설명해 주시죠?”

“한마디로 양반 교육을 받으셔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저희 쪽에서 운영하는 8주 코스 강의가 있으니까, 이걸 들으신다면 어느 정도….”

“이 나이 먹고 무슨 공부입니까? 패스 합시다.”

“뭐 그러시다면, 별보(別譜)란 방법도 있습니다. 이게 좀 비용은 싼 대신에 들통날 위험부담이 있다는 게 좀 문제죠.”

“별보란게 뭡니까?”

“간단히 말해서…부록이죠. 정식 족보에 끼어드는 게 아니라, 별책부록에 살짝 끼어드는 방식이라서…위험부담이 좀 있죠.”

“저기, 되도록 별책부록 같은 거 말고…메인에 끼어들고 싶은데….”

“후후, 이런 럭셔리한 분들을 위해 저희가 준비한 것이 바로 투탁(投託)입니다.”

“투…팍 이요? 투팍은 힙합가수인데…총 맞아 죽은….”

“저기…조크죠? 일단 투팍은…아니 투탁은 족보를 위조하는 게 아닙니다.”

“예?”

“이건 말 그대로 내 몸을 던져 의탁하다라는 걸로…위조가 아니라, 당당히 그 가문의 일원이 되는 겁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뭐 간단합니다. 망해가는 양반 가문 중에서 대가 끊기거나, 끊기려하는 집을 하나 고릅니다. 이걸 무사(無嗣 : 자손이 끊어진 사람)라고 하는데, 그런 다음에 종중(宗中) 사람들하고 쑈부를 봅니다. 얼마줄 테니까, 우리쪽 사람 하나 끼워 달라…그런거죠. 다른 방법 하고 다르게 이건 직접 종중과 쑈부를 본 거라 법적으로 완전 양반이 되는 겁니다.”

“야, 그거 정말 좋은데요? 그걸로 하겠습니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성씨는 있으신 겁니까? 김씨, 박씨, 이씨, 정씨, 최씨 등등 저희 업체에서는 고객의 취향에 따라 37가지 고르는 재미가 있는 성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뭐, 그냥 김씨 하죠? 최씨는 너무 고집 있는 성씨 같고…제일 무난한 게 김씨 같아요.”

“탁월하신 선택이십니다. 어떻게 결재는….”

“현금 박치기입니다.”

이리하여 양반족보에 이름을 올리게 된 정태는 드디어 양반으로서의 새 삶을 시작하게 되는데…초특급 대하 울트라 족보사극 ‘당신은 진짜 양반일까?’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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