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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바둑 걸작선] 기보권 심포지엄에 대해

지난번에 알려드렸던 것처럼 3월22일 한국기원에서는 ‘기보 저작권법’에 대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프로기사 문용직 5단, 이상정 경희대 법대 교수, 김동훈 국민대 법대 교수, ‘법무법인 바른’의 오승종 변호사 등이 발제한 이날 심포지엄의 주조는 프로기사의 창작품인 기보는 ‘기보권’ 혹은 ‘기보 저작권법’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기보권·기보저작권에 대해 처음으로, 혹은 새롭게 정의를 내리는 마당에서, 심포지엄 자체의 의미는 컸지만, 발제자 네 사람 가운데 반대 쪽 의견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좀 아쉽다.

또 하나. 우리 바둑계는 지금 바둑의 체육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기보권·기보저작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기보의 체육적 의미가 무엇이냐’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프로 바둑의 경기자는 두 사람이니, 체육 중에서도 야구나 축구 같은 것 말고, 두 사람이 승부를 다투는 탁구나 테니스로 범위를 좁혀 비교한다 해도, 과연 탁구나 테니스 경기에 대해서도 경기권 혹은 경기저작권 같은 말을 쓸 수 있는 것인지, 그런 게 현재 통용되고 있는 것인지.

스포츠의 경우는 중계권은 있지만, 저작권은 없다. 바둑도 요즘은 생중계를 하고 있고, 따라서 중계권이라는 개념도 있다. 그렇다면 바둑은 스포츠처럼 중계권도 있으면서, 동시에 문학·음악·미술 같은 예술작품처럼 저작권도 있는 것인지.

모순의 측면이 있다. 따라서 예컨대 바둑은 스포츠이면서, 일반 스포츠와는 달리 저작권이라는 걸 갖는 특성도 있다는 식의, 모순을 제거하는 논리의 정립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양자택일. 바둑을 체육의 영역으로 밀어 넣고 싶은가? 그렇다면 저작권 개념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기보의 저작권을 주장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독자적인 길로 가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다. 이게 명쾌한 것 아닌가. 140수 끝, 백 불계승(119는 113, 139는 123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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