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비스사실은] 83. 세기의 결혼? 그 이면의 이야기 上

“나는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내가 사랑했던 사람에게는 그저 아름다운 한 여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1950년대를 풍미한 대배우 그레이스 켈리 (Grace Kelly)가 남긴 말이다. 데뷔작 ‘하이눈’으로 화려하게 할리우드에 입성해 히치콕 감독의 ‘다이알 M을 돌려라’ ‘이창’에서 주연을 맡았고, 1954년 ‘갈채’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레이스 켈리의 인생은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꿀만한 인생이었다. 명문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충분한 교육을 받았고, 이후 어려움 없이 할리우드에 입성 은막의 스타로 살다가 배우로서 정점에 올라선 순간, 미련 없이(?) 모나코의 레니에 3세와 결혼 모나코의 왕비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정말 동화책 같은 인생이지 않은가?

그런데 말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세기의 결혼인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의 왕 레니에 3세 (Rainier III)의 결혼이 사실은 조작된 것이라면 여러분의 꿈을 깨는 것일까? 레니에 3세의 청혼을 받아들이는 의미로 그녀의 마지막 작품인 ‘상류사회’에서 그레이스 켈리는 레니에3세가 건넨 12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출연하지만, 1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는 단순히 세상을 속이기 위한 소품이었을 뿐이었다. 오늘의 주제는 세기의 결혼이라 불리었던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의 왕 레니에 3세의 조작된 결혼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 레니에 축하하네. 이제 왕이니까 왕답게 한번 잘 해봐. 알았지?”

“아니 뭐… 이게 다 오나시스님 당신 덕이죠.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어쨌든 나도 힘쓸테니까 나라 한번 잘 꾸려봐 알았지?”

1949년 레니에 3세는 모나코의 왕으로 즉위하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이때 당시 모나코는 나라라고 할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아니 탄생부터가 나라다운 꼴을 찾아보기 힘든 국가가 바로 모나코였다.

총면적 1.95㎢로 우리나라의 작은 시보다도 더 좁은 국토에 3면이 프랑스에 둘러싸여 있고, 국가 방위는 1918년 체결한 프랑스-모나코 우호조약에 의거해 프랑스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국가의 공용어는 프랑스어, 국가의 화폐는 프랑스 프랑화, 국가를 구성하는 인구수에서 순수 모나코 인은 전체 인구의 16% 수준(60% 이상이 프랑스 인이다. 모나코 왕국의 총 인구수가 3만명 수준이니 한번 계산들 해보시라)이었다.

바티칸 시티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 불리는 모나코! 이런 나라의 왕이란 건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국가의 왕위 자리도 프랑스의 재가를 받아야지만 올라갈 수 있을 지경이니 속국을 넘어서는 보호국이라 할 수 있겠다.(외교 역시 프랑스에 위임한 상태였다)

자, 문제는 말이다. 거의 프랑스령 자치국 형태의 이 작은 나라의 실권 역시도 레니에 3세에게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당시 모나코의 실질적인 통치자는 그리스 출신의 선박왕 오나시스(Aristotle Socrates Onassis)였다. 말 그대로 허울뿐인 왕이 레니에 3세였던 것이다. 자, 그런데 말이다. 여기서 덜컥 문제가 터져버렸다. 레니에 3세가 즉위하면서부터 프랑스의 분위기가 묘한 방향으로 흘러갔던 것이다.

“야야, 저기 저 쥐꼬리만한 모나코 저거 어떡해야 하냐?”

“왜? 말을 안들어?”

“아니 생각을 해봐봐, 저 나라 지켜주는 게 누구냐? 우리 아니냐? 꼴에 독립국이랍시고 까불고 있는데, 외교권도 없지. 왕도 우리가 임명하지, 인구수 따져보면 우리가 모나코 인구의 60%나 차지하지. 저걸 뭐 번거롭게 지키네 마네 할 이유 있냐? 걍 합방시켜 버리자.”

“글세… 그래도 저기 가서 카지노도 하고, 휴가도 즐기려면…”

“어허, 그거야 뭐 저기를 관광특구로 지정하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그래? 하긴 요즘 관광객도 별로 없어서 재정이 간당간당 하더만…”

“저것들 저거 카지노랑, 관광객 빼면 시체잖아. 그나마 소득세를 안걷어서 그거 하나는 좋지만…”

“그럼, 이렇게 하자고 지금 레니에란 놈이 왕 됐는데 당장 합병해 버리면 모양새도 안좋고 하니까 만약에 저놈한테 자식이 없으면 그냥 합병해 버리자.”

“오케이, 그럼 그렇게 가자고.”

프랑스의 이런 움직임을 보고받은 오나시스는 숨이 턱 막혔다.

“프랑스 이 잡노무시키들! 내가 모나코에다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그걸 날로 먹겠다고? 이 자식들 그렇게 호락호락 모나코를 먹게 놔둘 줄 알아?”

“저기… 오나시스 형? 오형, 프랑스가 작심하고 덤벼들면 우리로서는 막기 힘들거 같은데…”

“넌 마, 허수아비 주제에 뭔 말이 그렇게 많냐?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돼! 알았어?”

“넵…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하는 겁니까? 독일 같은데 가서 임시정부라도 만들까요?”

“야, 지금 나라 뺏겼냐? 임시정부는 개뿔이… 지금 모나코의 위기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 네가 독신에 애가 없다는 거랑, 모나코에 관광객이 없다는 거지.”

“그렇죠!”

“문제는 말야… 네 결혼은 대충 치마두른 애 하나 붙잡고 하면 되는데, 문제는 관광객이 없다는 건데…”

과연 오나시스는 모나코를 위기에서 구해낼 타계책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인가? 초특급 대하 울트라 히스토리 ‘세기의 결혼? 그 이면의 이야기’는 다음 회로 이어지는데…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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