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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조선 황실 드라마’ 제작 논란

“일본에서 만드는 조선황실 드라마라니, 절대 안됩니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이은과 이방자 여사의 일대기가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는 데 대해 조선황족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미국에 체류중인 조선황실 의친왕의 아들인 이석씨는 28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에서 조선황실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28일 일본언론에 따르면 후지TV는 일제치하 조선황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 ‘무지개를 건너는 왕비’(가제)를 제작중이다. 고종황제의 황태자 이은과 일본황족 나시모토 마사코(이방자)의 결혼을 중심으로 격동의 시대와 운명을 거치는 진한 부부애를 그려나가겠다는 것이 일본측의 제작의도다. 일본 제작사는 황태자 이은에 대해 ‘이왕’(李王)이라는 일본식 호칭을 쓰는가 하면, 일제시대 역사 재현보다는 두사람의 정략결혼과 연애담에 초점을 맞춰 제작할 움직임이다.

황태자 이은 역에는 일본 아이들(Idol) 그룹 ‘V6’의 멤버인 오카다 쥰이치가, 마사코 역에는 유명탤런트 칸노 미호가 캐스팅됐다. 오카다는 “두 나라에 걸쳐 살아온 인생과 그들의 부부애를 칸노와 함께 열심히 연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칸노는 “지금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대와 국경을 넘어 쌓은 부부애를 보여주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드라마는 특별편성되는 단발성 드마라로 방송일자는 미정이며, 한국 현지 로케도 계획하고 있다.

이씨는 이에 대해 “일본측으로부터 드라마 제작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며 “엄연히 후손은 살아있으니 만큼 드라마를 제작하려면 당연히 허락을 구하는 것이 예의”라고 반박했다. 일본이 조선황실의 역사를 연애물로 만든다면 이는 곧 황실을 격하시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

이씨는 “한국에서 황세손 이구와 부인 쥴리아의 일대기를 영화화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일본드라마 제작은 금시초문”이라며 “황족회 차원에서 정식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황태자 이은은 고종황제의 아들로 12살의 나이에 일본에 끌려간 후 1920년 일본황족 나시모토 마사코와 정략결혼했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이은은 조선과 일본의 국교단절로 환국도 하지 못했고, 이방자 여사 역시 황족의 명단에서 삭제되는 비운을 겪었다. 이후 1963년 귀국한 뒤 두 사람은 신체장애자 재활훈련원을 운영했다. 이은은 1970년, 이방자 여사는 1989년 타계했다.

〈이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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