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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al 골때려] 데니스→이성남→데니스 ‘얄궂은 운명’

‘본가를 붕괴시켜라.’

수원 삼성의 데니스(29)에게 특명이 주어졌다. K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본가’ 성남의 수비진을 흔들라는 명령을 받았다.

수원 차범근 감독은 데니스를 성남전에 조커로 기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차감독은 12일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확정한 뒤 “최근 데니스의 몸상태가 좋아 4강 플레이오프부터 조커로 기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데니스는 포항전에서 출격하지 못했지만 교체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차감독은 큰 경기를 많이 뛰어본 경험이 있는 데니스에게 중요할 때 한방을 기대하는 듯했다.

이에 따라 데니스는 자신의 본가인 성남을 상대로 골사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데니스는 2006년 초 수원으로 이적한 뒤 성남전에서는 한번도 출전하지 않았지만 챔프전에서는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데니스가 한때 사용한 한국 이름은 이성남이다. 그가 수원에서 2003년 성남으로 이적한 뒤 귀화하면서 정한 한국 이름이 바로 이성남이었다. 그는 이성남이라고 쓰인 유니폼을 입고 2005년까지 성남에서 뛰었다. 성남 이씨의 1대 시조가 된 것이다.

수원으로 복귀하면서 데니스라는 러시아 이름을 다시 쓰기 시작한 그는 19일 벌어지는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본가의 골문을 공략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데니스는 지금까지 K리그에서 뛰면서 3차례 챔피언에 등극한 경험이 있다. 수원에서 98시즌과 99시즌에 2년 연속 우승했다. 성남으로 이적한 뒤에는 2003년 챔피언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데니스가 본가를 꺾는 데 일조하며 수원 유니폼을 입고 3번째, 개인통산 4번째 우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까?

〈최용석기자 gtyong0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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