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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 news라인] 中서 한국어가 ‘외계어’둔갑···멍드는 한글

중국에서는 지금 한류열풍 속에 한궈(한국어) 배우기가 한창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기관지 가운데 하나인 중국청년보는 최근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중국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를 한국어 원판으로 보는 것이 유행하면서 인터넷 한국 드라마 카페에는 ‘반드시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현재 50개가 넘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어는 프랑스어나 독일어 등보다 인기 있는 제2외국어 과목으로 대접받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명문 인민대학이 30명을 모집한 한국어 강좌에는 400명이 넘게 몰렸다. 또 한국어를 고교 공통 선택과목에 포함시켜 달라는 고교생들의 요구가 날로 거세질 정도로 한국어는 그야말로 ‘인기 짱’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도 한국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웬만한 대학에는 한국어 강좌가 마련돼 있으며, 유학생이나 사업가 등 한국인들이 ‘과외’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서점에서는 한국어 교재가 불티나게 팔린다.

12일 우한시 우창지역에 위치한 한 중소 규모의 서점에도 외국어 교재를 파는 코너에 ‘간명 한국어 문법’ ‘그림과 함께하는 한어 회화’ 등의 한국어 교재가 빼곡히 꽂혀 있고, 서너명의 중국인이 이 책 저 책을 꺼내 열심히 뒤적이며 자기 입맛에 맞는 교재를 고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교재 중 상당수는 현지의 한국어 열기를 따라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오자와 탈자는 물론 한국에서는 절대 쓰일 수 없는 예문이 책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인칭대명사를 잘못 가르쳐 주거나 존대어를 잘못 일러 주는 등 문법적 오류도 심각한 실정이다. 또 한국어 발음을 로마자로 일러준 부분은 실제 한국에서의 발음과 큰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띄어쓰기는 거의 무시되고 있는 형편이다.

예를 들어 ‘완곡하게 말하다”라는 의미의 말 ‘돌려서 말하다’를 ‘둘러서 말하지 마’라고 잘못 적어 놓았는가 하면, ‘냄비에 고기를 굽고 있거든’처럼 우리 생활에서는 쓸 수 없는 표현도 부지기수다. ‘빠뜨리다’ ‘열쇠’ ‘네가’를 ‘빠드리다’ ‘열쇄’ ‘니가’로 적는 따위의 잘못이 1쪽에서 서너개씩 발견되고, ‘내가 도울 일이 있으세요?’처럼 엉터리 화법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또 한글 아래에 적어놓은 알파벳을 현지인에게 보여주고 읽게 하면 못 알아들을 정도로 엉뚱한 소리가 나오기 일쑤다.

이처럼 부실한 한국어 교재에 대해 현지에서 여행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조선족 최명성씨(27)는 “한국 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면서 내 주변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며 “그 사람들이 공부하는 책에서 잘못된 부분을 고쳐준 적이 여러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공인된 단체나 기관에서 한국 현실에 맞는 정확한 어법의 교재를 만들어 이곳에서 보급하거나 판매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의 음악-드라마-음식 등 한류의 소프트웨어는 날로 세를 더해 가는 데 반해 한류의 하드웨어라 할 수 있는 한국어는 점점 병들어 가는 것이 한류열풍의 현주소다. 국립국어원 등 관계기관의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한(중국)|엄민용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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