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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으로]‘브레이크업-이별후애’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녀가 이별하는 데 가장 큰 이유는 성격차다. 서로 눈에 콩깍지가 씌어 사랑에 빠지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서로 맞지 않는 부분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감정의 흐름에 예민한 여자는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늘 인정받기 원한다. 반면에 남자는 서로를 압박하지 않고 각자의 삶이 존중되기를 바란다. 이런 남녀간의 섬세한 감정 차이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가장 친숙한 소재로 사랑받고 있다.

‘브레이크업-이별후애’도 권태기에 빠진 연인들의 서로 갈등을 겪는 모습을 그린다. 야구장에서 우연히 만난 게리(빈스 본)와 브룩(제니퍼 애니스턴)은 서로 급속하게 사랑에 빠져 동거하게 된다. 하지만 2년 후 불꽃 같은 사랑은 잠잠해지고 서로 극심한 성격차가 드러난다. 친구들을 초대한 날 큰 싸움을 한 브룩은 게리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브룩은 너무 무심한 게리에게 충격을 주려는 의도였지만 뜻하지 않게 서로 진짜 이별 수순에 들어간다. 나중에 이를 되잡고 싶지만 남녀관계란 역시 뜻한 대로 풀리지 않는다. 이 영화는 기존의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미묘한 남녀관계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 중점을 둔다. 브룩은 사랑의 표현으로 패션부터 인테리어까지 남자를 자신의 스타일대로 변화시키려 노력한다. 게리는 받는 데만 익숙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영화는 이런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남녀관계의 차이점으로 생기는 갈등을 코믹하면서도 정감 있게 묘사한다.

제니퍼 애니스턴과 빈스 본은 기대대로 섬세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브룩과 무심하지만 속정이 깊은 게릭 역할을 맞춤옷을 입은 듯 완벽히 소화해낸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게 이 영화의 특징. 씁쓸한 결말이 당황스럽지만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와 긴 여운을 남긴다. 관객들이 헤어진 연인을 회상하면서 보기에 안성맞춤인 영화다.

〈최재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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