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국내 첫 여성 팝페라그룹 일루미나“솜사탕 하모니 맛보세요”

대중음악은 가볍고, 또 클래식음악은 너무 무겁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팝페라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안드레아 보첼리, 사라브라이트만, 일디보가 돈독한 사랑을 받고 있고, 국내에서는 임형주, 임태경, 마리아, 페이지, 이가은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 파바로티, 조수미 등 유명 성악가들도 쉴 새 없이 클래식과 팝분야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를 시도 중이다. 최근 국내 음악계는 물론 해외시장까지 겨냥하고 있는 당돌한 3명의 처자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요계 최초로 여성 팝페라 트리오를 결성한 ‘일루미나’(ILLUMINA)다.

일루미나는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신효선(29)·조수진(25),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한 사문영(27)으로 구성돼있다.

“‘일루미나’는 이탈리아어로 ‘빛을 발하다’라는 뜻이에요. 음악계에서 빛나고 싶다는 저희들의 바람을 함축하고 있지요.”

미국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등 다국적으로 구성된 남성 4인조 팝페라팀 ‘일디보’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어가던 지난 2005년에 일루미나가 태동했다. 전국에 있는 성악가 300여명 몰려들었고, 오디션을 거쳐 이들 3명만이 남게 됐다.

“일디보가 있다면 이에 준하는 여성 팀도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고 하더군요. 저희들 역시 일디보의 공연 및 음악을 보고 들으면서 그들과 같은 멋진 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고요.”

물론 클래식 전공자들이 팝페라를 표방하는데에는 쉽지 않은 결단이 필요했다. 멤버 조수진은 “오디션을 봐서 붙긴 했으나 많이 망설인 것이 사실”이라면서 “학교 교수님들과 동료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사문영은 클래식 전공자들이 ‘크로스오버’를 대하는 생각이 꽤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교수님들도 뮤지컬 무대에 올라 팝을 부르는 경우도 많아졌고요, 조수미 선배님의 경우에도 크로스오버 음악을 자주 선보이고 계시잖아요. 학교를 졸업하고 뮤지컬 배우로 성공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앨범 준비기간 동안 이들은 많은 것을 변화시켜야 했다. 우선 마이크를 통해 목소리를 전하는 기초적인 방법부터 익혀야 했다. 발음을 분명히 하고, 또 감정과 필을 노래에 싣는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성악의 경우 마이크 없이 공명을 통해 멀리 퍼뜨리게 하는 창법을 쓰고, 그리고 발음도 대부분 좀 부드럽게 넘어가는 편인데, 이제는 이런 환경 자체가 달라져버린 것이죠.”

이런 과정에도 불구하고 성악이 갖는 독특한 매력과 소리를 계속해서 유지해나는 것도 힘든 일 중의 하나였다. ‘팝’과 ‘오페라’의 합성어인 ‘팝페라’는 말 그대로 대중음악과 성악이 모두 절묘하게 어우러질 때에야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앨범 프로듀서는 대중음악계에서도 서정적이고 수준높은 음악을 만드는 나원주가 맡았다. 창법은 오페라와 대중음악을 계속해서 넘나든다. 수록곡 ‘바람 그리고 남겨진 상처’는 성악적인 느낌을, ‘선물’은 보사노바 리듬에 대중적인 느낌을 표방한다. 대중적이면서도 성악적인 분위기가 교차하는 곡도 많다. 타이틀곡이자 이소라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난 행복해’, ‘사랑하잖아’ 등이 이런 유의 노래다.

“대중음악의 전자음에 실증을 느끼는 분들, 그리고 클래식을 부담스럽다는 분들에게 자연의 소리와 하모니를 들려주는 팀이 되고자 합니다.”

일루미나는 국내활동 후 올가을께 일본에서도 음반을 발표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일디보와 함께 어깨를 겨루는 그런 날도 꿈꿔보고 있다.

〈강수진기자〉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