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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도 질병이다] 〈1〉 예방 시스템 만들어야

‘자살은 질병이다.’ 스포츠칸이 연중건강기획 두번째로 생명사랑 캠페인을 벌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15분마다 1명꼴로 자살이 시도되고, 자살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밝혀졌습니다. 부끄러운 선진국입니다. 그 증가폭이 가파른 데다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의 자살이 크게 늘어 큰 문제입니다. 전문가는 자살이 단순한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버지니아텍 참사’처럼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범 사회적, 국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그러나 기업의 관심은 저조하고, 정부 당국의 대처도 느립니다. 자살 홍수로 둑이 무너지려는 형국에 다리에 올라가 보고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4월 정신건강의 달, 5월 가정의 달, 청소년의 달을 맞아 한국자살예방협회와 공동으로 기획한 스포츠칸의 생명사랑 캠페인은 자살 예방에 대한 처방전을 제시하고, 당국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최근 자살률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5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자살은 전체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자살이 네 번째 많은 사망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매우 놀랍고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이 이토록 급격히 증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과거에도 자살이 많았는데 잘 발견되지 않고, 변사나 돌연사로 분류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높은 실업률, 이혼율, 입시스트레스, 경제난 등으로 인한 중산층의 붕괴 및 빈곤층의 확대, 독거노인의 증가,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의 증가는 높은 자살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자살의 치료 및 예방이다. 자살은 분명 치료의 대상이고 예방이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과거 자살률이 높았던 국가들 중에 많은 나라들이 이미 여러가지 예방대책들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살률을 낮추고 있다.

자살은 많은 정신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울증을 비롯해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정신분열병, 각종 불안장애, 식이장애, 성격장애 등 환자에서 자살률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주요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 우울증의 발견율이 늘어나고, 적절한 우울증 치료가 제공되면서 자살률이 감소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자살자가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하던 사람에게서도 갑자기 찾아온 상실 등의 변화는 자살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경제파산자, 실업자, 독거노인 등처럼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최근 큰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에 대한 주변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자살이 독립된 질병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있어도 모든 환자들이 자살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며, 정신질환이 없는 경우에도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자살을 독립된 질병으로 분류하자는 의견이다. 자살자들의 독특한 심리세계가 따로 있고 이를 연구하고 치료하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자살자에 대한 심리학적 부검 등 더욱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 자살문제에서 사회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사회에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여러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살도구나 방법에 대한 적극적 통제는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의 충동적인 행동을 저지할 수 있다. 자살을 시도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는 물건이나 상황에의 접근을 어렵게 함으로써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려는 경우에 자살 행동을 어렵게 하자는 것이다. 서양의 경우 총기소지의 규제 등이 대표적인 활동이며, 최근 우리나라에서 늘어나고 있는 지하철의 스크린 도어도 그중 하나다. 그 외에도 높은 건물의 옥상이나 위험한 지역에의 접근을 통제하고, 다리나 공공시설에 안전시설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사업에 경제성을 우선시 할 수는 없다. 인간의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예를 들면 농약의 공동관리 등은 농약에의 개인적 접근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이미 적지 않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또 각종 정신건강증진 프로그램의 제공이 시급하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생활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프로그램의 제공은 일반인들의 정신건강 증진은 물론 정신질환의 예방, 나아가 자살예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생명의 소중함, 생명사랑의 중요함이 사회에 널리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각각에 맞는 생명존중, 생명사랑을 위한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작년부터 시작한 청소년 생명사랑 나누미 운동은 청소년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한 매우 의미 있는 실제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이 더욱 늘어나 전 국민에게 전파돼야 한다. 전체 국민이 자신은 물론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분위기가 될 때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도 떨어지고 더욱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자살은 분명 질병이며 망국병이다. 자살률이 높은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이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성균관의대 오강섭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과과장, 자살예방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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