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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파일] 영화 ‘우리학교’ 입소문에 3만 관객 ‘작은 혁명’

김명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 학교’가 화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운파상(최우수 다큐멘터리상)과 올해의 독립영화상을 수상하고, 인디다큐페스티벌 개막작으로 각광받은 데 이어 일반 극장 관객들에게도 호응받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전국 13개 극장에서 상영중인 ‘우리 학교’는 23일 현재 3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부분의 극장이 1일 상영 횟수를 줄이더라도 종영하지 않겠다는 등 장기상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 안산의 메가넥스에서 개봉됐으며 서울의 뤼미에르, 진주의 MBCine, 제주의 코리아 등에서 상영의사를 밝히고 있다.

‘우리 학교’는 또 독립영화의 새로운 배급체계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른바 ‘공동체상영회’다. 각 지역의 단체·학교를 대상으로 한 공동체상영회가 강릉·진주·양산·순천 등에서 진행돼 총 7600여명이 관람했다. 기타 지역 단체의 상영회 개최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며 곧 호주와 일본에서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 학교’의 학교는 일본의 ‘홋가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다. 해방 직후 재일 조선인 1세들이 후세들을 위해 세운 조선학교는 가장 많을 때에는 540여개에 달했다. 하지만 일본 우익세력의 탄압 등으로 현재는 80여개만 남아 있다. 우익세력의 협박은 요즘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으로부터 정식 학교가 아닌 각종 학교로 분류돼 고교 졸업생이 대학에 진학하려면 일종의 ‘대입검정’ 시험을 치러야 한다. 조선학교 출신 유명인으로는 영화 ‘69 식스티나인’과 ‘훌라걸스’를 연출한 이상일 감독 등이 있다.

조선학교들은 대부분 조총련계로 분류된다. 재학생들이 북한 말과 비슷한 억양을 구사하고, 북한을 마음의 조국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은 데 기인한다. 고교생들은 수학여행을 북한으로 간다.

이같은 현실은 우리 정부의 태도 때문에 비롯됐다. 북한이 조선학교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교육 원조비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반해 우리 정부는 나라 살림이 어려웠던 과거는 물론 나아진 요즘도 북쪽의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향이 남쪽인 대부분의 학생·교사들도 자신들을 알아주고 위해 주는 조국은 북한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일본의 조선학교에 관한 국내 최초의 장편 다큐멘터리다. 김명준 감독은 혹가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 학생·교원들과 3년 5개월 간 동고동락하며 이들의 일상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담아냈다.

김감독은 촬영감독 출신이다. ‘와니와 준하’(2001) ‘꽃섬’(01) ‘엄마, 아름다운 오월’(03) 등을 찍었다. 그가 ‘우리 학교’를 만든 건 결혼한 지 7개월 만에 유명을 달리 한 아내 정은령 감독(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스케이트’ 연출)의 뜻을 기리는 데에서 출발했다. 재일 조선인을 다룬 ‘하나’, 조선학교를 소재로 한 극영화 메이킹 다큐 ‘프론티어’(가제) 등을 준비하던 중 운명한 아내를 위해 장편 다큐 ‘하나를 위하여’를 완성한 뒤 혹가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를 찾아가 ‘우리 학교’ 제작에 착수한 것이다.

자료 조사 및 촬영에 들어간 것은 2002년. 일본말을 할줄 몰랐던 김감독은 조선말이 능숙한 교사들과는 금새 가까워졌지만 일본말이 더 익숙한 학생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데에는 1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 서는 걸 꺼렸지만 나중에는 “명준 형님은 자연태 찍기를 좋아한다”면서 일본에서 조선학교 학생으로 살아가는 긍지와 애환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모든 촬영을 마치고 2005년 4월, 60분짤리 테이프 500여개를 가지고 귀국한 김감독은 이후 1년 6개월 동안 편집 등 후반작업에 매달렸다. 제작비용은 현금 5500만원, 현물지원 1500만원 등 모두 7000만원이 들었다. 김감독과 박소현 조감독이 촬영·편집·구성·대본을, 고영재 프로듀서가 사운드·믹싱·예고편 등을 담당하는 등 제작진이 각각 멀티 플레이어로 활동한 덕분에 가능했다. 국내 개봉 다큐멘터리 가운데 최고 흥행작은 ‘비상’(3만5천여명)이다. ‘사이에서’(2만6천여명)와 ‘송환’(2만3천여명)이 뒤를 잇고 있다. ‘우리 학교’ 바람이 얼마나 계속될지 주목된다.

〈배장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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