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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오의 인생극장] 프로 벨리댄서 안정현 “야하다고요? 로맨틱하죠!”

벨리댄서 안정현(28). 그는 꿈많은 경영학도였다. 벨리댄스(Belly Dance)는 대학 3학년 때 입문했다. 허리 디스크 치료의 일환으로 시작했다가 매료돼 프로 댄서가 됐다. 허리가 아파 시작한 벨리댄스에 빠져 허리를 많이 쓰는 벨리댄서가 된 것이다. 성신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무용단 ‘아트 벨리’ 단장 안정현의 ‘나의 삶, 나의 벨리댄스’.

#“편견을 버리세요”

‘야하다’ ‘보기에 민망하다’…. 사람들이 벨리댄스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이다. 육감적인 여인이 배꼽을 드러내고 가슴·허리·엉덩이를 흔들고 돌리는 등 매우 관능적인 춤이기는 하다.

안정현씨는 이에 대해 “고대 이집트 벽화에 나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춤이 벨리댄스”라며 “탄생과 다산을 상징하는 유서깊은 춤”이라고 소개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탄생·다산 등의 의미를 떠나 현대에는 우아함·부드러움·아름다움 등 여성 특유의 매력을 가장 잘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아름답고 신비하고 고급스러운 춤으로 전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역설했다. “종류도 20가지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벨리댄스가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건 1998년이다. 안유진 교수(서울종합예술학교 실용무용학과)가 서울 힐튼호텔에 마련된 ‘중동의 밤’ 행사 때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안정현씨는 안교수의 제자 1세대이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게 채 10년이 안됐는데 동호인이 30만명이 넘어요. 전문학원이 많이 늘었고 곳곳의 문화행사에 벨리댄스 공연이 빠지지 않아요. 남성들도 배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주부들이 특히 좋아해요. 여성성과 여성으로서의 자신감을 고취시켜 주거든요. 벨리댄스를 추면서 ‘주부 우울증’에서 벗어났다는 분들이 많아요.”

#“허리가 너무 아파요”

안정현씨는 성신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벨리댄스를 만나기 전에는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고 경험을 쌓은 뒤에 창업, 최고경영인이 되려고 했다. 그는 “춤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그런 그가 벨리댄스를 배운 건 허리 디스크 때문이었다. 스쿼시를 하다가 허리 디스크 를 다친 것이다. 그는 “뛰어도,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도 안 되고 출산할 때 위험하다는 경고를 받았다”며 “허리 관련 운동의 일환으로 벨리댄스를 권유받았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수동적이었죠. 그런데 하다보니까 뭔가가 있더라고요. 점점 능동적으로 바뀌었고 1년 코스 강사반을 거쳐 해외로 나가 전문가에게 교습을 받았어요.”

그간 다녀온 곳이 터키·이집트·이스라엘·하와이 등. 짧게는 2주, 길게는 3달 동안 다녀왔다. 시간이 아까워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춤에 매달렸다. 학생 때에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졸업 후에는 열심히 벌어 유학 경비로 썼다.

“매일 3시간 이상씩 근력운동을 했어요. 복부와 골반은 물론 어깨·팔 등의 근육과 관절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거든요. 춤이 아름답고 섹시하려면 살도 좀 쪄야 하는데 살이 안 찌는 체질이에요. 그래서 과식을 하고 자는 방법 등을 통해 11㎏을 늘였어요.”

연습하다가 지쳐 못 일어나고 병원신세를 진 게 한두번이 아니다. 육체적, 경제적으로 힘든 데에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 등에 치여 그만두자고 마음먹은 것도 여러 차례였다.

“속을 털어놓을 동지가 없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만두고 다른 걸 하는 건 엄두가 안 났어요. 자존심도 상했고. 모든 걸 떠나 벨리댄스가 정말 좋았어요.”

#“셸 위 벨리댄스?”

세계 벨리댄스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한 그는 2005년 무용단 ‘아트 벨리’를 창단했다. 벨리댄스 보급과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해. 이 일환으로 국풍연희단 사물놀이팀과 벨리댄스를 접목한 합동공연 등을 가졌다.

해외 전문가 공연 유치에도 앞장섰다. 스폰서도 없이 기획·대관·판매·홍보 등을 도맡아 미국의 딜라 일라, 아르헨티나의 사이다, 일본의 미오, 대만의 핑짱 등 세계적인 벨리댄서들의 참여한 ‘디 아트 오브 벨리 댄스(The Art of Belly Dance)’ 공연을 통해 벨리댄스의 진수를 선보였다.

“철학과 예술, 기와 흥이 어우러진 무대를 통해 느끼고 배운 게 많아요.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서 희망을 얻었고, 꿈꿨던 것들이 하나 둘 이뤄지면서 전망이 밝다는 확신도 갖게 됐어요.”

성신여대 평생교육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그는 ‘디 아트 오브 벨리 댄스’ 공연에 애착을 갖고 있다. 시리즈로 이어갈 참이다. 폐경기가 지난 여성에게 치유효과가 있는 ‘웰빙 댄스’에 관한 연구논문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제1회 하이서울 페스티벌에서 가진 사물놀이와 벨리댄스를 접목한 공연 때 관객과 소통하는 기쁨을 만끽했다”면서 “한국적인 벨리댄스를 연구·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글 배장수 선임기자·사진 이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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