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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파일] ‘선물’이영애, ‘재밌는 영화’서 부활?

오는 21일 개봉되는 영화 ‘두번째 사랑’(감독 김진아)에는 한 배우가 사진으로만 나온다. 남자주인공 지하(하정우)의 애인이다. 미국에 불법 체류하는 지하는 유부녀인 소피(베라 파미가)와 사랑에 빠진다. 이후 자리를 잡은 뒤 미국으로 애인을 초청하려 했던 계획을 포기한다.

사진의 주인공은 신인 윤주희다. 하정우의 소속사 싸이더스HQ 매니저들이 추천한 신인 가운데 밝고 한국적인 이미지가 돋보여 선정됐다. 극중 사진은 소품용으로 따로 찍은 게 아니라 본인의 셀카 사진 가운데 뽑은 것이다.

윤주희는 2004년 제1회 DHC 스베스베 퀸 선반대회를 통해 데뷔했다. 케이블TV M-net의 ‘연예와이드’ MC를 맡았고, 최근 종영된 MBC 드라마 ‘히트’에 간호사로 출연했다.

량차오웨이(양조위)·전원주·김희선·이영애·고소영. 윤주희처럼 사진으로만 출연한 톱스타들이다. 홍콩배우 량차오웨이는 ‘썬데이 서울’(감독 박성훈), 전원주는 ‘어린 신부’(김호준), 김희선은 중국영화 ‘투게더’(첸 카이거), 이영애는 ‘재밌는 영화’(장규성), 고소영은 ‘공동경비구역JSA’(박찬욱)에 나왔다.

량차오웨이는 ‘썬데이 서울’에서 태풍(김수현)의 아버지로 등장했다. 태풍은 무협소녀(이청아)의 아버지에게 무술을 배운 뒤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 량차오웨이는 이 과정에서 잠깐 비친다. 태풍의 수첩에 들어 있는 사진으로. 여느 사진이 아니다. 장이모(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영웅’의 극중 모습이다.

박성훈 감독은 량차오웨이와 저우싱즈(주성치)를 놓고 고민하던 중 량차오웨이가 ‘서울공략’ 촬영차 한국에 왔을 때 만나 허락을 받았다. 량차오웨이는 ‘썬데이 서울’이 모든 배우·스태프들이 자신의 개런티를 제작비로 투자한 독립영화라는 점 등을 높이 사 박감독의 제안을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노 개런티로.

이영애와 고소영도 량차오웨이와 경우가 유사하다. 이영애는 ‘재밌는 영화’에서 상미(김정은)가 변신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은 뒤 “이 사람처럼 해달라고 했는데…”라고 불평을 터뜨릴 때 나온다. 고소영은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병사 오경필(송강호)과 정우진(신하균)이 국군 남성일 일병(김태우)에게 애인 사진을 보여 달라고 할 때 지갑에 끼워 놓은 사진으로 나온다. 이때 오경필과 정우진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남일병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이수혁 병장(이병헌)의 눈치를 본다.

이영애와 고소영의 사진은 영화 ‘선물’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극중 모습이다. ‘재밌는 영화’는 이정재·이영애 주연의 ‘선물’을 만든 좋은영화(현 싸이더스FNH), ‘공동경비구역JSA’는 임창정·고소영 주연의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을 제작한 명필름(현 MK픽쳐스)의 작품이다. 두 배우는 제작사의 요청에 사진의 용도와 평소 친분 등을 고려해 노 개런티로 동의했다.

전원주는 ‘어린 신부’에 상민(김래원)의 작고한 할머니로 나왔다. 그의 사진은 보은(문근영)의 할아버지(김인문)가 병실에서 “친구(상민의 할아버지)는 몰랐지만 할애빈 사실 결혼 전부터 상민 할머니를 맘속에 두고 있었다”고 말할 때 나온다. 처음에는 상민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젊었을 때 함께 찍은 사진, 다음에는 상민의 할머니가 혼자가 된 뒤에 찍은 독사진이 크게 나온다.

이 장면은 김호준 감독이 시나리오 수정작업을 할 때 구상했다. 김감독은 전원주가 적임자이고 그를 대신할 배우가 없다고 판단, 그가 승낙할 때까지 부탁할 참이었다. 출연료도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려 책정했다.

그런데 김감독의 생각은 기우였다. 전원주는 “시나리오가 재밌고 욕설이 없고 깡패도 안 나오는, 아이들에게 보여줄 만한 영화”라며 감독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소품용 사진을 촬영하는 날 혹시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실제 옛날 사진을 가져오는 열의를 보였다.

김희선은 ‘투게더’에 주인공인 13세 천재 바이올리니스트(탕윤)가 보물처럼 지니고 있는 연예인의 사진으로 등장했다. 김희선은 당시 주인공 또래의 중국 아이들 대부분이 사진을 갖고 있을 만큼 인기있는 여배우였던 것이다.

김희선의 사진은 무단으로 사용됐다. 김희선은 ‘투게더’에 자신의 사진이 사용된 것을 이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된 뒤에야 알았다. 첸 카이거(진개가) 감독이 영화 홍보차 내한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지만 김희선 측은 아무 문제도 삼지 않았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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