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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알포인트 괴담’… 비행기 추락은 영화촬영 때문?

‘비행기 추락은 영화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캄보디아에서 여객기가 추락해 한국인 13명을 비롯한 탑승객 22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 현지에 ‘알포인트 괴담’이 번지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교민과 현지 관광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여객기가 추락한 보르코산은 한국 공포영화 ‘알포인트’의 촬영지로, 2004년 촬영 당시에도 교민 사이에서 ‘귀신들린 곳이니 영화를 찍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알포인트’는 한국군의 비사(秘史)를 근거로 만들어진 영화.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1972년 베트남전에서 한 한국군 부대가 극비작전을 수행한다. 이미 6개월 전에 ‘로미오 포인트(Romio Point)’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수색대가 계속 무전을 보내와 또 다른 부대가 수색에 나서는 것.

이같은 이야기는 영국의 유명한 종군기자 앨버트 에번스의 취재수첩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당시 한국군과 동행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취재수첩의 첫 페이지에는 한자로 ‘不歸(불귀)’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실제 배경과 달리 캄보디아에서 촬영됐다. 베트남이 급격히 산업화하면서 마땅한 촬영지 찾기가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영화제작진이 태국·베트남·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반도를 샅샅이 뒤지다 찾아낸 곳이 바로 보르코산이다. 특히 이곳에는 시나리오에 설정된 ‘흉가’와 같은 대저택이 있어 제작진의 마음을 단박에 빼앗았다.

그러나 이 저택은 영화 촬영기간 내내 출연진과 스태프진에게 적잖은 공포를 안겨줬다는 후문이다. 주변에 폐허 건물이 몇 채 더 있었지만 유독 이 저택이 을씨년스러웠고, 실제로 내부 지하에서부터 벽을 치고 올라오는 바람소리가 공포스러웠다고 영화 관계자들은 전했다.

누군가 벽에 ‘Do not sleep here(여기서 잠들지 말라)’라는 글씨까지 써놓은 이 저택의 설계도를 건축 전문가에게 보여줬더니 “사이코가 설계한 것 같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영화촬영 후 공수창 감독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좀전까지 뚜렷하게 보이던 저택이 촬영에 들어가려고 하면 단 몇분 만에 안개에 휩싸인 듯 시야에서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그 옆으로는 햇빛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며 “귀신들린 집이 분명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저택에 귀신이 산다는 얘기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오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 교민 중 일부는 ‘귀신의 저주’를 우려하며 촬영을 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지 여행가이드 김모씨는 “이곳에서는 보르코산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많다”며 “특히 문제의 흉가는 그런 소문의 진원지”라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이곳 교민은 귀신의 저주 때문에 한국인이 희생된 것으로 믿고 있다”며 “사고원인을 아직까지 규명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또 다른 여행가이드 김모씨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하면서 “여행사가 너무 싼값에 여행상품을 팔아 생긴 인재다”고 지적했다. 한국 여행사로부터 건네받은 돈으로는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현지 여행사가 무리하게 스케줄을 잡다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윤대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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