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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별곡]마차도 “감격에 겨워 그만…”

“사실 벗을 만한 상황이긴 했죠.”

울산 현대 김형룡 부단장은 19일 성남 일화와의 원정경기를 1-1로 끝낸 뒤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후반 40분 동점골을 넣어 극적으로 비겼지만 골이 터진 직후 나온 ‘아주 웃긴 상황’ 때문이다.

울산은 후반 10분 성남 김두현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경기 종료 5분 전까지 0-1로 끌려갔다. 패배를 예감하던 울산은 마지막 순간 기대도 안 했던 선수 덕분에 동점에 성공했다. 후반 20분 이진우를 대신해 들어간 마차도가 후반 40분 천금같은 골을 넣은 것.

사실 울산 코칭스태프나 프런트는 지난해 9월9일 부산 아이파크전 이후 1년 가까이 골을 못 넣은 마차도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다. 공격포인트나 올리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나 마차도는 기대를 저버리고(?) 일을 냈다. 문전 혼전 중 골지역 정면에서 동점골을 쏘았다.

1년 만에 골사냥에 성공한 마차도는 즉시 성남 골문 뒤에 앉아 있던 울산 서포터스에게 달려가 상의를 벗는 열정적인 골 뒤풀이를 펼쳤다.

‘나는 살아 있다’라고 외치는 듯 촐싹거리며 자신의 골을 자축했다. 하지만 마차도는 그 길로 운동장을 나가야 했다.

이영철 주심이 과도한 골 뒤풀이를 지적하며 옐로카드를 내민 것. 이미 후반 37분 경고를 받은 마차도에게 골을 넣은 뒤 받은 경고는 ‘사망선고’를 의미했다.

울산 김정남 감독은 경기 후 “오랜만에 골을 넣어 흥분한 모양”이라며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마차도를 안쓰러워했다. 김부단장은 “장렬히 전사했다”는 취재진의 말에 “사실 벗을 만하긴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성남|전광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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