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인물 한국사]6.신사임당의 남편 이원수가 아니라, 이원수의 아내 신사임당이다.①

신사임당(申師任堂)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모양처의 대명사이자, 서화와 문장에 뛰어난 조선시대 최고의 여성. 가부장적인 조선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그 뛰어난 재능을 다 펼쳐보이지는 못했으나, 성현으로 기록되어지는 율곡 이이 선생을 낳아서 대유학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인물이다. 오죽하면 고액권 화폐의 인물 도안으로 추천받았을까? 이 대목에서 잠깐 생각해야 할 것이 있는데,

“신사임당은 혼자 잘나서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인정받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다. 아무리 잘났다 하지만, 여성의 활동이 극도로 제한 받았던 조선시대 아니던가? 오늘날 우리가 우러러보고 있는 신사임당은 한 남자의 ‘주도면밀한 계획’과 다른 한 남자의 ‘처절한 희생’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그들의 계획과 희생을 더듬어 내려가 보자.

“응애, 응애….”

“그래, 이번엔 아들인가? 응? 여보게 말 좀 해보게!”

“저기 죄송합니다. 나으리…그게 이번에도 또 딸입니다.”

“휴…413만분의 1의 확률이라는 로또에도 보너스 번호라는 게 있는데, 왜 나는 2분의 1확률에서 맨 날 딸만 나오는 거야?”

신명화(申命和 : 신사임당의 아버지)는 죽을 맛이었다. 그의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꽃길이 펼쳐진 듯 보여 졌다. 그도 그럴것이 평산 신씨(平山申氏)가 어떤 집안이던가? 신명화의 아버지는 영월 군수를 지냈던 신숙권이고, 그의 증조할아버지는 그 유명한 문희공(文僖公) 신개였었다(세종대왕 시절 예문관 대제학, 대사헌, 도총제 등등을 지냈고, 나중에 우의정을 거쳐 좌의정까지 오른 인물). 족보를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의 개국 공신인 신숭겸(공산 전투에서 왕건 대신 죽었던 인물. 평산 신씨의 시조이다)까지 나오게 된다. 고려와 조선을 아우르는 명문가 중에 명문가였던 것이다.

이런 집안에서 태어난 신명화는 말 그대로 은 숟가락을 입에 물고 태어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은 숟가락을 입에 물고 태어난 그로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두 가지 있었으니….

“호부견자(虎父犬子)라더니, 어떻게 마흔이 다 지나도록 소과도 통과 못하냐?”

“그러게, 집안 받쳐주지. 유전자 빵빵하지. 뭐가 모자라 계속 떨어지는 거야?”

그는 마흔이 넘도록 소과에도 통과하지 못하다 겨우 마흔 하나가 돼서야 진사시에 합격하게 된다. 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가 봤으면 통탄할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와 함께 그의 발목을 잡아채는 것이 바로 ‘아들’이었다. 부인인 이씨와 열심히 ‘노력’해 봤지만, 그는 딸만 내리 다섯을 보게 되었다.

“딸딸이 아빠 때 까지는 내가 그러려니 하고 넘겼어. 딸딸딸이 아빠일 때는…그래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귀한 아들을 점지해 주기 위해서 그런거겠지 하고 참았어. 딸딸딸딸이 아빠일 때는 내가 전생에 무슨 큰 죄를 지었나 싶더라구 오죽하면 굿을 해볼까 했겠어? 그러다가 결국 딸딸딸딸딸이 아빠가 된 거야. 인생 뭐 있어? 그냥 포기하고 살게 되더군. 체념이야 체념.”

신 진사는 딸 다섯을 낳고는 아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게 된다. 아마도 신진사의 이런 ‘아들미련’의 고리를 끊어버린 것은 아들보다 낫은 둘째 딸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선(仁善 : 신사임당의 이름)아 이것아…네가 아들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물 잘났지, 똑똑하지, 그림 잘 그리지, 글 잘 쓰지…아깝다.”

“아버지 팔자에 아들이 없었나 보죠. 다 팔자려니 하세요.”

“그래 내 팔자가 그런가 보지. 다음 세상에는 부녀지간이 아닌 부자지간으로 만나자.”

둘째 딸 인선에 대한 신진사의 마음은 애틋함을 넘어 연민으로 발전한다.

“저게, 아들로 태어났으면 진짜 대박인데…어쩌냐 딸로 태어난 걸. 기왕 이렇게 된 거 딸을 위해 이 한 몸 불살라 버리겠어. 나 죽고 나서도 저눔 자식 재능은 살려줘야 해.”

“지금 보험광고 찍으세요? 죽고 난 다음에 딸자식 학비 걱정하시게? 에이, 나으리가 벼슬이 없어 그렇지. 살만 하시잖아요? 아니지 살만한 게 뭐야. 나으리께서 이날 이때까지 과거 보신다고 탱자탱자 놀아도 먹고 살았잖아요? 뭔 돈 걱정을…아버님께서 물려주신 재산만 해도….”

“죽을래? 이게 가만히 있으니까 누굴 가마니로 보나? 인마! 지금 돈 걱정 하는 거야? 넌 마 삼종지도(三從之道)도 몰라? 지금이야 내 밑에 있으니까, 쟤가 공부를 하던 그림을 그리던 다 커버 해줬지만, 쟤 시집 가 봐라. 어떻게 되겠냐?”

“어떻게 되는데요?”

“어떤 시어머니가 그림 그리겠다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며느리를 좋아하겠냐?”

“하긴 그렇네요.”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가는 신사임당을 보며, 신 진사는 속으로 끙끙 앓게 된다. 나이는 벌써 다 차서…아니 차고 넘쳐서 19살이 된 신사임당! 신 진사는 결국 모종의 결단을 내리는데…과연 신 진사의 결단은 무엇이었을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사극 ‘신사임당의 남편 이원수(李元秀)가 아니라, 이원수의 아내 신사임당이다’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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