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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세상]블로그미팅…‘역사적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극에 경고문구를

사극에 경고문구를 넣자. 최근 사극 붐이 일면서 역사왜곡 문제도 끊이지 않고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사실 이 역사왜곡 논란은 사극을 만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마주 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극적 재미를 위한 각색이 그렇게까지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극도 ‘드라마’이고 드라마는 재미 있자고 보는 것이고 역사공부를 하려고 사극을 보는 건 아니니깐 말이다. 만일 사극을 보면서 그 시대의 역사에 관심이나 의문점이 생긴다면 책이나 자료를 찾아 실제 역사는 어떻게 전개됐는지 알아보면 된다. 누군가가 ‘역사왜곡’이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드라마는 드라마이고 역사는 역사지. 왜 그리 오버야?” 하고 웃어 넘겼다.

하지만 학교에서 역사교육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인터넷에서는 ‘환빠(환단고기 추종자)’들이 굿판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공영방송에서 인터넷 검색 한번만 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을 태연하게 왜곡하는가 하면 각종 패너지 사극을 두고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한심한 사람들이 넘쳐 흐르다 보니 어느새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뒤통수를 강타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에 우연히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에 생각이 미쳤다. 하루히가 영화를 찍는 에피소드인 2권 ‘스즈미야 하루히의 한숨’에서 쿄은 하루히의 망상이 현실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히에게 영화 안에 다음과 같은 경고문구를 삽입토록 했다.

“이 이야기는 픽션이며 실존하는 인물, 단체, 사건 기타 고유명사와 현상 등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순 거짓말입니다. 어딘가 비슷하다 하더라도 그건 단순한 우연일 뿐입니다. 비슷한 사람일 뿐이라고요.”

바로 이것이다. 완벽한 모범답안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사극도 의무적으로 시작하기 전과 끝난 후에 경고문구를 삽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픽션이며 실존하는 역사적 인물, 단체, 사건 기타 고유명사와 현상 등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순 거짓말입니다. 역사적 인물 및 사건과 어딘가 비슷하다 하더라도 그건 단순한 우연일 뿐입니다. 비슷한 사람일 뿐이라고요.”

마무리로 한 문장만 덧붙이면 완벽할 것 같다. “만일 시청자 여러분께서 XXX(사극명, 혹은 사극 주인공)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으시다면 지금 당장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달려가 역사책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어떤가? 자라나는 꿈나무들이 역사왜곡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것인 만큼 방송국에서 적어도 이 정도 수고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네들이 시청률을 위해 양심까지 팔아먹지 않았다면 말이다.

〈kirhina.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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