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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야 말레츠키의 달링코리아](3) 무시 못할 ‘만화 한류’ 위력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류 하면 한국 드라마나 가수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유명해지는 현상을 생각한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기류가 사뭇 다르다. 유럽의 경우 대표적 한류 스타인 ‘욘사마’ 배용준과 비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어도, 카라와 이명진이라는 이름은 아는 사람이 많다. 카라는 미국·프랑스·독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작가팀이다.

아쉽지만 한국문학 작품은 서양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보통 서양에 소개되는 한국 책들은 고급스러운 정통 문학 작품들이다. 하지만 독일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문학작품들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로맨스소설이나 추리소설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 소설들이 아직 서양 시장에 큰 인기를 얻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반면 한국 만화는 문학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 2004년에 처음 한국 만화가 들어왔다. 초기에는 한국 번역가를 찾기 어려워 일본어판을 번역했다. 번역의 문제는 곧 해결됐고 이후에는 한국어판 그대로 번역됐다. 한국어로 처음 번역된 만화는 ‘유리달 아래서’라는 작품이었는데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특히 일본 만화를 읽는 방식에 익숙해진 독일 독자들이 다시 ‘보통’ 방식의 만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한국식에 적응이 됐고, 한국 만화는 독일 만화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일본 만화가 여전히 인기가 제일 높지만, 한국 만화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어갈 때도 많다. 특히 카라라는 만화가팀이 독일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이 쓴 ‘마왕읽기’는 1권부터 일본 만화들을 앞질러서 수개월간 1등을 놓치지 않았다. 2005년에 카라 작가들이 팬 사인회차 독일에 왔는데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수많은 팬들이 몰려 카라를 응원했다. ‘마왕읽기’의 인기와 거의 동시에 이명진 작가의 ‘라그나로크’(동명의 온라인게임 만화)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갔다. 두 만화 덕분에 한국만화들은 독일뿐 아니라 미국·프랑스 등에 많이 진출했다. 나도 2004년부터 지금까지 한국만화 200여권을 번역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러 가지 문제로 한국 만화 시장이 축소됐고, 새로운 만화의 외국 시장 진출도 많이 줄었다. 한국출판사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만화를 스캔해서 인터넷으로 띄우는 일도 있고, 대부분의 독자들이 대여점을 통해 빌려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신인들의 만화가 시장에 못 들어오고 이미 여러 만화 출판사들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이런 일이 별로 없지만 새 한국만화가 많이 안 들어 오니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든다.

한국 만화를 통한 한류가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서양까지 펴졌다. 만화 덕분에 한국어를 공부하는 독일인들이 늘었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앞으로도 한국 만화뿐만 아니라 다른 문학작품들이 세계에 크게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번역가·KBS ‘미녀들의 수다’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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