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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유인택과 ‘오! 꿈의나라’ 금기와 검열을 넘어…

‘오, 꿈의 나라’(1981). 국내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최초로 다룬 독립 장편영화다. 민주화운동으로 경찰에 쫓기는 대학생 종수와 그 주변인들의 삶을 통해 군사정권과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를 조명했다.

필자는 이 영화를 필자가 운영하던 ‘예술극장 한마당’ 소극장에서 상영했다. 당국의 검열을 받지 않고. 당국에서 금기시해온 ‘광주사태’(?)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 상영을 당국이 허락할 리 없기 때문에.

상영을 앞두고 있을 때 당국은 예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던 시절이어서 필름이 당연히 압수될 줄 알았다. 한데 당시 영장담당 판사님께서 이를 기각하셨다. 신문 사회면에 대서특필되었고, 관객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필자는 권위주의 정권하의 사법부는 ‘권력의 시녀’라고 여겼다. 근데 영장을 기각하다니! 감복한 필자는 마침 설을 앞둔 때여서 이름도 모르는 판사님께 연하장을 보냈다. 계속되는 당국의 탄압에 맞서 영화 사전 검열에 대해 위헌심판청구를 했다. 7년의 긴 시간을 거쳐 위헌 판결을 받아냈다. 필자가 제작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이방인’(1997) ‘이재수의 난’(1998), 그리고 ‘화려한 휴가’(2007)는 그 연장선에 있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오, 꿈의 나라’에 관한 뜻밖의 신문칼럼을 전송받았다. 칼럼을 쓰신 분은 ‘오, 꿈의 나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기각한, 현 서울중앙지법의 박기주 부장판사였다. 판사님이 ‘화려한 휴가’를 보시고 제작자가 예전에 연하장을 보낸 필자였음을 상기하고 법률신문에 감동적인 칼럼을 쓰신 것이다.

판사님은 기각 결정 후 많은 선배들로부터 질책을 받으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칼럼 말미에 ‘그때 질책했던 선배라는 사람들은 어디 있는가? 그때 쏟아 부었던 말들은 다 어디 갔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최근 ‘전두환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예비역 장성들과 함께 ‘화려한 휴가’ 제작진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한다. ‘화려한 휴가’는 극장에서 막을 내렸지만 5·18은 계속 진행형이다.

<유인택·영화사 ‘기획시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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