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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신비주의? 낙하산? 그런말 정말 억울!

온 집안의 기대와 관심을 과하게 받고 태어난 아이. 지난주 종영한 MBC ‘태왕사신기’의 이지아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가의 비상한 관심 속에 시작된 ‘태왕사신기’의 수지니로만 2년여를 살아온 그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1. 배경

알려진 게 없다보니 ‘신비주의’냐는 말을 들었고 내숭떠느냐는 말까지 들었다. 억울하다. 작품 준비기간을 포함해 2년여 동안 촬영장이 있는 ‘산으로 들로만’ 돌아다니며 일만 하다보니 소통의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1981년 2월 2일생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을 마친 뒤 미국으로 가 줄곧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비쥬얼, 눈으로 보는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아 패서디나 아트스쿨에 입학해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연기자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아는 분의 소개로 ‘태왕사신기’ 오디션을 보게 된 게 계기였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게 예술뿐인 줄 알았는데, 배우 역시 그렇더라고요. 푹 빠져들고 몰입해 울고 웃기도 한다는 게 매력적이에요.”

낯을 꽤 가리는 편이고 사람들 앞에 나서길 즐기지 않는 이지아가 요즘은 관심의 한복판에 놓이다니 세상일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나뿐인 남동생은 유명해진 누나와 밖에서 밥먹기를 꺼린다며 푸념했다.

#2. 드라마

연기자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날아와 6개월간 30여차례의 오디션을 보고 수지니 역을 꿰찼다. 김종학 감독은 “겁이 없고 배짱이 좋다”며 그녀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게 합류한 ‘태왕사신기’ 촬영장에서 만난 출연진이 한류스타 배용준과 세계가 인정한 연기파 문소리 등 대선배 일색이었는데도 주눅들지 않고 잘했으니 배짱이 좋긴 하다.

“배용준 선배는 섬세하고 다른 사람들은 생각도 못한 부분까지 배려하는 면이 놀라웠어요. 허허벌판인 제주 세트장에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는데 지나가다 너무 더러운 걸 보셨나 봐요. 사용하던 우리도 더럽다고 불평만 했지 청소할 생각은 못했는데, 사람을 시켜 청소해 두셨더라고요. 일본 팬들도 오시니까 정리해 두라고…. 문소리 선배는 목소리가 작아서 고민이던 저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오광록 사부님은 가끔 시도 읊어주셨어요. ‘달무리’란 말도 처음 가르쳐 주셨죠. 선배들 덕분에 무사히 촬영했고 결과도 그래서 좋은 것 아닐까요?”

드라마를 찍는 동안 이지아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다름 아닌 주작의 신물인 홍옥이었다. 한 주먹에 쏙 들어오는 자그마한 목걸이지만 무게만 10돈쭝이 넘었다. 게다가 20㎏에 가까운 묵직한 갑옷까지 입으니 잠들 무렵이면 어깨가 욱씬거리기 일쑤였다. 여름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렸을 때 겹겹이 입은 옷에 갑옷까지 둘러쓰고 말타다 숨막혀 죽을 뻔했다. 신화시대 촬영을 위해 한겨울 산꼭대기에 올라 파카 입은 스태프 사이에서 홑겹 옷을 입고도 떨지 않고 연기했던 기억까지. 끔찍했던 그 순간이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다.

#3. 이지아

선머슴 수지니와 달리 실제 이지아는 조용한 편이다. 오롯한 혼자의 시간이 주어지면 길을 거닐거나 벤치에 앉아 책읽기를 즐긴다. 집에 있을 때는 잡음 하나 없이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 둔다. 그렇게 혼자 보내는 시간의 사색이 아이디어를 낳고 여유로움이 에너지가 된다. 딱히 가슴아픈 사랑의 상처가 없는데도 눈빛이 깊어진 것은 이런 ‘혼자놀기’의 힘이라 한다. 혼자 설원을 질주하는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것도 그와 잘 어울린다. 대신 사람을 향해 마음을 여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고 한번 누군가를 좋아하면 오래 가는 편이라 마지막으로 연애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긋나긋한 목소리에는 여성미가 물씬 풍기고, 달콤한 라떼를 좋아하며 먹을 것 앞에서는 손이 먼저 나간다고 말할 때는 개구쟁이의 모습도 비친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기대에 맞게, 이제는 작은 행동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타협하고 이끌려 다니기보다는 제가 주체성을 갖고 역할을 그려 나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수지니의 현신이다. 주작의 축복이 그의 앞날에 불을 밝혀주길….

〈글 조상인기자·사진 김기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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