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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편지]이종욱이 손시헌에게

TO 시헌에게

상무에서 휴가 나온 널 어제 만났는데 다시 편지라니 조금은 우습다.

그래도 너에게 말로 하지 못했던 얘길 할까 해서 펜을 들었다.

돌이켜보니 선린상고에서 우리가 만난 건 행운이자 운명인 것 같다. 고교 3년 동안 둘도 없는 단짝인 널 만나 재미있게 야구했다. 우린 이후 참 비슷한 인생을 살게 됐지. 정말 묘한 인연의 끈이 있는 것 같아.

네가 대학 진학에 실패해 방황하다 힘들게 동의대에 들어가 다시 야구를 하게 됐을 때 얼마나 기뻤는데. 그러나 졸업 후 불러주는 팀이 없어 넌 두산에 테스트를 받아 연습생으로 들어갔지.

결국 그게 나의 운명까지 바꿔놓았잖아. 난 대학 졸업 후 현대에 입단했고 곧바로 상무에 입대했는데 제대하자마자 방출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지. 이런 나에게 네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잖아. 두산에서 실력으로 자리잡은 네가 날 구단에 추천해준 것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맙다. 테스트를 받고 구단의 결정을 기다리는 3일 동안 정말 가슴이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 결국 하늘은 우리의 인연을 저버리지 않았어. 그렇게 다시 만나 두산에서 함께 치고 달리며 웃고 울었던 2006년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 두산에서 짧은 1년간의 생활을 함께하고 네가 군에 가는 바람에 얼마나 허전한지 모른다.

시헌아 다른 것 없다. 빨리 좀 제대해라. 어서 같이 야구하자. 남들은 눈만 감으면 제대하는 것 같은데 넌 한참 된 것 같은데 왜 아직 상병이냐.

제대하면 우리가 꼭 함께해볼 일이 있잖아. 선린상고 때나 두산에서 해보지 못한 우승의 한을 꼭 같이 푸는 것 말이야. 올해 내 생애 첫 우승의 기회를 잡았는데 너무 아쉽게 놓쳤어. 그땐 참 억울하기도 했는데 하늘이 너와 함께 한을 풀라고 미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두산 우승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자. 상무에서 몸관리 잘하고 절대 다치면 안 된다. 알았지? 나도 신혼여행 다녀온 후 며칠 전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의욕이 앞서서 다리에 알이 배겼지만 이번 겨울에도 열심히 훈련해 내년에도 쉴새없이 달리는 내 모습 보여줄게. 항상 건강하고 각자 위치에서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하자.

FROM 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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