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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사줬더니 불법? DS라이트 세트 불법복제게임 ‘타이틀 칩’

직장인 김모씨(43)는 최근 초등학교 4학년인 자녀에게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휴대게임기 닌텐도DS 라이트를 사줬다. 아들이 “반 친구들이 다 갖고 있다”며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고, 새학기도 시작돼 큰 마음을 먹은 것.

하지만 닌텐도DS를 사주는 순간 김씨는 아들을 불법의 길로 내몰았다. 김씨가 22만원을 주고 구입한 닌텐도DS 세트 중에 불법 복제한 게임 타이틀이 든 ‘R4’라는 칩이 포함돼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불법 다운로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어쩔 수 없단다. “불법인 줄 알죠. 그래도 어떻게 해요. 아들이 기 죽는 것보다 낫잖아요.”

졸업과 입학, 신학기 시즌인 요즘 학부모들이 자녀 선물로 인기 휴대게임기 닌텐도DS 라이트를 사주는 경우가 많다. 닌텐도DS는 일본 게임기 업체인 닌텐도가 지난해 1월부터 국내에 내놓은 것으로, 머리가 좋아지는 게임기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판매도 급증, 발매 8개월 만에 58만대가 팔렸다.

그러나 문제는 불법 복제한 게임 타이틀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 ‘R4’나 ‘문미디어’ ‘닥터’라고 불리는 칩에 1개당 2만~4만원 하는 닌텐도DS의 정품 게임 타이틀을 불법으로 복제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특히 불법 복제 게임을 담은 R4 등이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앞서 김씨가 용산 전자상가에서 22만원을 주고 산 닌텐도DS 세트에도 불법 복제 게임 43개가 들어 있는 R4를 비롯해 예비 메모리, 카드리더기가 포함돼 있었다. 이 예비 메모리와 카드리더기로는 P2P 사이트에서 불법 복제 게임을 내려받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결국 김씨는 자녀에게 장물에 해당하는 불법 복제 게임을 즐기게 하고 더 나아가 P2P 사이트에서 불법 복제 게임을 내려받아 이용하도록 한 꼴이 됐다.

학부모들도 잘못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R4를 안 사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초등학교 5학년생의 학부모인 이모씨(45)는 “처음에는 정품 타이틀만 사주려고 했는데 애가 친구들은 다 갖고 있다며 때를 쓰잖아요. 그리고 정품 2~3개 값으로 40여개의 게임을 할 수 있으니…”라며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학부모의 잘못된 자녀 사랑은 자녀를 저작권법 위반자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청소년 유해물에 자녀를 노출시키는 위험을 초래한다. P2P 사이트에서 내려받는 불법 복제 게임 중에는 여성 캐릭터의 옷을 벗기고 가슴을 만지는 등 청소년이 해서는 안되는 성인용 게임도 다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닌텐도는 불법 복제 게임 문제가 심각해지자 규제에 나섰다. 불법 복제 게임을 전송·배포하는 자에 대해 형사고발 등의 대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R4 구입 등으로 불법 복제 게임을 이용하는 소비자에 대해서는 대응할 계획이 없다. 한국닌텐도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불법 복제 게임을 자녀에게 사주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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