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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정두홍이 본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

액션배우 인생 열어준 ‘외팔이’

내 인생은 한 편의 영화로 시작됐다. 충남 부여군 임천면 칠산리, 극장은 물론 텔레비전 수상기를 갖춘 집도 없던 ‘깡촌’에서 자란 나는 어릴 때 우연히 본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외팔이 검객:독비도)에 흠뻑 빠졌던 걸 계기로 무술감독의 길을 걷고 있다.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는 홍콩의 장철 감독이 연출했고 왕위가 주연을 맡았다. 장철 감독은 2003년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때 내한한 바 있다. 2004년에는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와 ‘돌아온 사나이 외팔이’ ‘신외팔이’를 담은 DVD가 ‘외팔이 3부작’이라는 타이틀로 나왔다.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는 중학생 때 친척집에 놀러 왔다가 서울 구로동에 있는 2본 동시상영관에서 봤다. 영화라는 걸 극장에서 처음으로 본 게 이때다.

비천한 출신 때문에 또래들에게 놀림을 받던 펑강은 스승의 딸이 휘두른 칼에 오른팔을 잃는다. 눈 깜짝 할 사이에 하얀 눈 위에 떨어지는 오른팔, 눈밭에 번지는 붉은 피, 황당한 비극적 상황에 어이없어 하는 남녀 주인공…

영화는 한마디로 도입부부터 ‘충격’ 그 자체였다. 왼손 검법을 익혀 고수가 된 주인공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스승의 은혜에 보답한 뒤 눈밭에 피를 흘리며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벌렁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후 난 친구들에게 놀림받고 부모님에게 호된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외팔이 흉내를 내고 다녔다. 오른팔을 옷 속에 숨기고 왼팔로 나무칼을 들고 다니며 가상의 적을 물리치고는 했다. 고1 때 태권도를 시작, 액션배우의 꿈을 키웠다. 김영모 무술감독 문하에서 수련을 했고 1990년 ‘장군의 아들’(감독 임권택)에서 동해(이일재)의 대역으로 데뷔했다. 서울액션스쿨을 운영하면서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짝패’ 등에 출연했고, 최근 무술감독을 맡은 작품으로는 ‘강철중:공공의 적 1-1’ ‘신기전’ ‘놈놈놈’ 등이 있다. 이 모든 게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로 시작됐다. 싸이더스FNH에서 홍콩과 합작, 올 가을부터 만든다는 ‘외팔이’ 시리즈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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