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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오미희가 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에리카·해리의 사랑에 울다 웃다

한 편의 영화가 인생을 바꾼다? 평소 저는 이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그런데 끄덕이게 됐어요. 그것도 평소에 좋아하지 않은 로맨틱코미디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 덕분에.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주인공은 50대 유명 희곡작가 에리카(다이앤 키튼)와 60대 바람둥이 음반사 사장 해리(잭 니컬슨)예요. 이혼녀인 에리카는 자신의 인생에 더 이상 사랑은 없다고 생각해 왔고, 결혼한 적이 없는 해리는 연애지상주의자로 30대 이상과 사귀는 걸 금기로 삼아왔어요. 게다가 에리카가 해리를 처음 봤을 때 그는 딸 마린(아만다 피트)의 남자친구고, 해리와 달리 30대 총각 미남의사 줄리안(키애누 리브스)이 에리카를 연모해요.

영화는 이런 상황에서 빚어지는 에리카와 해리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를 그렸어요. 영화적이죠. 그런데 황당한 관계에서 빚어지는 이야기를 보고 또 보면서 에리카와 일심동체가 됐고, 웃고 울기를 거듭했어요. 나도 늦지 않았다.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고요.

사람들이 젊을 때에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나이를 먹은 뒤에는 자신의 현재와 과거를 비교한대요. 나이 드신 분들은 아마 고개를 끄덕일 거예요. 이 영화는 그런 분들에게 더 이상 젊은날의 사랑을 추억하지 말고 미래의 사랑을 꿈꾸라는 계시를 줘요.

두 주인공이 말했듯 우린 참 사랑할 줄 모르는 것 같아요. 사랑을 꽃 피우려면 자존심 등 버려야 할 것이 많죠.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제목은 사랑을 위해 못 버릴 것이 없다는, 그 무엇을 버리든 아깝지 않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낸시 메이어스 감독의 섬세한 각본·연출력이 대단해요. 나와 호흡·맥박이 같은 사람의 이야기여서인지 갖가지 상황과 대사가 가슴에 콕콕 와닿았거든요.

그 가운데 하나는 “아야!”예요. 난생 처음 사랑의 아픔을 겪는 해리의 외마디예요. 만국 공통어인 이 해리의 외마디에 가슴이 저릿했어요.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죠. 이 영화는 해리와 에리카 부부, 마린 부부와 이들의 신생아가 함께 외식하는 장면을 통해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명료하게 보여주죠. 아기를 안고 기뻐하던 해리는 에리카의 엉덩이를 토닥이고 아내와 키스를 거듭해요. 그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저는 이 영화를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출연을 앞두고 봤어요. 민규동 감독의 추천으로. TV드라마는 했지만 영화는 처음이어서 걱정을 했는데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을 통해 내게도 가능한 미래의 한 페이지를 꿈꿨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 그 느낌을 실어낼 수 있었어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과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하나님이 제게 준 선물이었습니다. 제 인생관을 바꿔 주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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