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손끝으로 발끝으로 떠나는 세상 여행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대한민국 자전거 여행’

날씨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분 좋게 만드는 따스한 햇살에 시원하고 가볍게 부는 바람,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까지 금상첨화입니다. 이런 날씨에 집이나 회사에만 있는 건 너무 억울한 일이죠. 이번주에는 두 권의 책이 두 발과 미각으로 떠나는 여행을 안내합니다.

▲대한민국 자전거 여행(글 최미선·사진 신석교, 북노마드)=이 책의 부제는 ‘자전거 생초보와 길치의 자전거 여행’이다. 자전거 생초보는 글을 쓴 최미선이고 길치는 사진을 찍은 신석교. 두 사람은 부부다. 같은 언론사 여행담당기자와 사진기자로 있다가 퇴사하여, 여행 다녀온 느낌을 책으로 척척 담아내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대한민국 자전거 여행’은 45일간 자전거로 즐긴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를 담았다.

두 사람은 서울을 벗어나 강화도, 인천 차이나 타운을 거쳐 안면도 자연 휴양림, 서천 마량 포구를 찍고 충청도 해안을 돌아 영광 법성포, 해남 땅끝마을을 누볐다. 다시 통영, 부산 광안리, 울산을 넘어 삼척, 경포대, 홍천을 지나 다시 서울로 돌아온 일정. 두 발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서 다니는 여행이라서 차로 이동하는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바람을 마주하고 달리는 즐거움을 얻었지만 여관과 버스에 자전거를 싣다가 눈칫밥을 먹는 일이나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를 위반한 운전자와 대판 싸우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뜨끈한 방을 기꺼이 내어준 노부부나 여행 길에 몸보신하라며 비싼 대게를 듬뿍 넣어주던 할머니 등 두 발로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따스함으로 힘을 얻었다.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사진과 여행과정을 그린 일러스트, 여행 경로를 지도에 표시해 여행길을 동행하는 느낌이 든다. 주행코스와 각 지역의 볼거리도 알차다.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안효주 지음, 전나무숲)=요리만화 ‘미스터 초밥왕’ 한국편에 등장한 안효주는 권투선수로 활동하다 초밥세계에 입문한 점이 큰 화제가 됐다. 이 책은 사람 좋은 미소가 인상적인 저자와 함께 떠나는 초밥 여행서다.

초밥은 다른 요리와는 좀 다르다. 저자는 “맛있는 초밥과 즐거운 인생은 서로 닮은 구석이 꽤 있다”고 말한다. 밥에 넣는 초양념은 연인의 정체성을 만드는 연인 사이의 전화, 고추냉이는 밥과 생선을 만나게 하는 소개팅 주선자 같다는 것. 없으면 허전한 간장도 친구 같다. 저자는 입안에 넣는 순간 즐거워지는 초밥을 하나의 드라마로 엮어 소개한다. 수많은 초밥의 맛을 형용한 수식어가 미각 여행을 즐겁게 한다.

입 속에 바람 한 줌이라는 광어초밥의 맛은 ‘맑은 바람이 한 줄기 지나간 것처럼 텁텁하고 깜깜하던 입속에 딸깍 불이 켜지는 그것’이다. 방어 초밥은 고소함의 긴 여운이다. 평탄한 광어의 들판에 있다가 고소함이라는 길고 작은 언덕에 올라선 것처럼 혀가 살짝 설렌다.

투명한 흰살 생선 초밥에서 고소함의 절정(참치뱃살)-단맛의 이중주(성게알과 단새우)-촉감으로 느끼는 불꽃놀이(조개관자구이)를 거쳐 깊은 바다의 맛(고등어)으로 여행은 계속된다. 화려한 수식어와 탐스러운 초밥사진이 책장을 넘기는 내내 침을 고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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