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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필리핀 ‘보홀’ 보물섬 원시자연 숨은 비경을 찾다

참 맑다. 코발트빛 바다와 귓불을 스치는 바람, 폐 속 깊숙이 파고드는 상큼한 공기. 게다가 자연을 닮은 섬사람들의 미소가 해맑다. 7000여개의 섬을 거느린 필리핀 중부에 위치한 ‘보홀(Bohol)’은 외지인의 손때가 덜 묻은 곳이다. 그만큼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을 숨김없이 내보인다. 바다 속 풍경 또한 일품.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열대어가 자유롭게 유영하는 ‘수중세계’는 필리핀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꼽을 만하다. 원시자연과 더불어 볼거리 또한 적지 않아 참다운 휴식과 관광을 동시에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원시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보홀은 필리핀의 ‘숨의 보석’이다. 팡라오섬에서 파밀라칸섬으로 가는 뱃길에 볼 수 있는 돌고래 무리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선사해 준다.

비사야 제도 남쪽 레이테와 세부 사이에 위치한 보홀은 필리핀에서 열번째로 큰 섬이다. 세부에서 페리로 1시간30분, 마닐라에서 항공편으로 1시간 정도 걸린다. 섬의 크기는 제주도의 2배 정도. 보라카이, 세부, 마닐라, 팔라완 등에 비해 한국 사람에게는 덜 알려진 데 반해 유럽이나 일본 등 외국인이 더 많이 찾고 있다. 그만큼 상업적인 때가 덜 묻어 우리네 시골풍경의 정겨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보홀은 주변에 크고 작은 섬을 여럿 꿰차고 있다. 그중 작은 다리로 연결된 팡라오섬은 ‘보홀의 숨은 보석’. 세계에서 가장 작은 안경원숭이 ‘타르시어(Tarsisers)’와 삼각형 초콜릿을 세워 놓은 듯한 ‘초콜릿 힐(Chocolate Hill)’, 보홀의 젖줄 ‘로복강(Lobok River)’, 파밀라칸 ‘호핑투어’ 등이 보홀의 대표적인 관광 포인트다.

▲ 초콜릿 힐

초콜릿 힐

보홀섬 중앙 대평원에 우리나라 고분군 같은 언덕이 수없이 솟아나 있다. 그 수가 무려 1268개에 달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어둠이 깔리거나 건기(12~5월)에 녹색의 풀이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그 모습이 ‘키세스 초콜릿’과 닮았다고 해서 ‘초콜릿 힐’이라 부른다. 전설에는 ‘알로야’라는 여인의 눈물 또는 ‘아로고’라는 거인의 눈물이라고 전해내려 오지만 고대 산호초 퇴적물이 융기와 부식, 풍화작용을 거쳐 생성된 것. 세월의 풍화가 빚어낸 자연예술품인 셈이다.

해발 550m의 규모가 가장 큰 초콜릿 힐에 전망대를 만들어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일출이나 일몰 때 풍경은 보는 이의 가슴이 저리도록 아름답다. 214개의 계단을 이용해 정상에 오르면 가운데에 종을 세워 놨다. 종을 울리며 소원을 빌면 이뤄준다는 전설이 있다.

▲ 로복강 투어

로복강

초콜릿 힐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로복강은 ‘보홀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강이다. 총길이 21㎞ 중 선상투어는 로아이대교 선착장에서 작은 폭포가 있는 3㎞ 구간. 밴드공연을 배경으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며 울창한 원시림과 수영하는 아이들, 빨래하는 아낙네 등의 색다른 모습도 볼 수 있다. 강 끝에 이르면 어린이악단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공연을 벌인다. ‘도네이션 박스(Donation Box)’라고 쓰여진 곳에 1달러나 1000원 정도를 ‘기부’하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로복강 투어는 유럽의 럭셔리 크루즈 여행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동남아시아 특유의 재미와 볼거리를 경험할 수 있고 주변 상점에서 토산품을 쇼핑할 수 있다.

▲ 타르시어 원숭이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동물 중 하나이자 보홀의 명물이다. 몸길이가 13㎝에 불과한데다 눈이 몸의 3분의 1을 차지해 일명 ‘안경원숭이’로 불린다. 앙증맞은 생김새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타르시어는 직선으로 밖에 보지 못해 머리를 좌우로 180도까지 움직일 수 있다. 야행성인 타르시어는 낮에는 죽은 듯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밤에 메뚜기 등을 사냥한다. 서식지를 강제로 옮기면 스트레스로 자살해 보홀 내에서만 구경할 수 있다.

▲ 파밀라칸 투어

보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다. 팡라오섬에서 필리핀 전통 배인 방카를 타고 50분 거리에 위치한 파밀라칸섬으로 가는 도중 돌고래를 볼 수 있다. 1~2m짜리 돌고래가 무리를 지어 배를 따라오는 모습이 장관이다. 섬에 도착하면 수심이 깊지 않은 지점에 정박한 뒤 스노클링이나 수영 등을 즐길 수 있다. 온갖 열대어와 형형색색의 산호초로 뒤덮인 바다 속 풍경이 색다른 추억을 선사해 준다. 게다가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야자수 그늘 밑에서 즐기는 바비큐 점심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항공편:필리핀항공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마닐라까지 직항편을 매일 운항하며 세부까지는 수·목·토·일요일 주 4회 운항(4시간)한다. 세부에서 보홀까지는 페리(1시간40분)를 이용하면 된다.

▲언어 및 교통:영어와 타갈로그어를 사용하며 지역별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섬에서는 지플이라는 버스와 택시, 오토바이를 3인승으로 개조한 트라이 시클 등의 대중교통수단이 있다.

▲비자 및 화폐:21일 동안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다. 장기 체류 시 필리핀대사관에 59일짜리 관광 비자를 신청하거나 현지에서 비자를 연장하면 된다. 필리핀의 화폐 단위는 페소(P)다. 보통 1페소는 19.5원으로 대략 20을 곱하면 계산이 편리하다.

▲기후:평균 기온은 27도 정도로 후덥지근하다. 6~10월까지 우기이고 11~5월까지 건기에 속한다. 우기 때라도 소나기가 오락가락해 여행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쇼핑:보홀에서는 리조트 내 상점 외에 그다지 쇼핑할 만한 곳이 없다. 세부를 경유할 경우 SM몰 오브 아시아를 이용할 만하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쇼핑몰로 백화점, 아이스링크, 영화관 등이 조성돼 있고 1년 중 3일 동안 2차례에 걸쳐 50~70%까지 세일을 실시한다.

▲리조트:아난야나(특급), 알로나 팜 비치(5성급), 팡라오 아일랜드(5성급), 에스카야 풀 빌라(5성급), 보홀 비치 클럽(4성급), 플로싱 메도(4성급), 아마렐라 부티크(3성급) 등

▲여행상품:온필(www.onfill.com)은 마닐라·보홀 패키지 투어(마닐라-보홀 항공 포함)를 89만원(4일)과 96만원(5일)에 판매 중이다. 왕복항공권, 호텔(조식포함), 초콜릿힐, 안경원숭이 등이 포함된 보홀 데이투어와 파밀리칸 돌고래 관람, 호핑, 가이드 및 기사팁, 현지 공항세가 포함돼 있다. 세부를 경유해 보홀로 가는 패키지는 왕복 배편을 포함해 85만원부터. 1544-0008

<필리핀 보홀 |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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