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영원한 우상’ 로보트 태권V 새 한류아이콘으로 뜬다

200억 투자 실사영화 내년 개봉

온라인 게임·학습 교재도 진출

美기업 참여 테마파크 건설 추진

30여년 전 우리네 만화영화를 주름잡은 로보트 태권V. 날렵하고 시원하게 이단옆차기를 구사하던 로보트 태권V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흑백 브라운관에서 태어난 로보트 태권V는 최첨단 입체음향이 어우러진 컬러 영화로 다시 태어난다. 빨간 바지에 노란 신발, 그리고 하얀 장갑을 낀 ‘미키마우스’라는 생쥐 한 마리가 1년에 벌어들이는 돈이 58억달러(약 5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생쥐 한 마리로 시작된 디즈니사가 캐릭터 사업 등으로 연간 올리는 수익은 약 31조원이다. 로보트 태권V도 ‘한국의 미키마우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 국민 중 20%가 알고 있는 로보트 태권V는 그것만으로도 900억원대의 브랜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로보트 태권V는 영화는 물론 각종 캐릭터 등으로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고 있다. 엄청난 성장동력을 품고 어느덧 30대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한 로보트 태권V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를 샅샅이 살펴봤다. <편집자 주>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어제든 흥얼거릴 정도로 귀에 익은 이 노래를 내년이면 40·50대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부르게 될 전망이다. 1976년에 태어난 ‘로보트 태권브이’가 내년에 스크린에서 되살아나는 것.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총제작비 200억원을 들인 대작 실사영화 ‘V’다.

코흘리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에 200억원을 쏟아붓는다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모험이다. 그러나 ㈜로보트태권브이 대표를 맡고 있는 신철씨(50)는 “그것은 모르는 소리”라고 단언했다. 로보트 태권V는 단순한 만화영화 소재가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아시아는 물론 유럽이나 아프리카에도 한류를 전파할 수 있는 문화상품이라는 것이다.

세계 187국에 퍼져 있는 태권도 도장이 이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세계 사람들이 가라테·쿵푸 등을 ‘싸움’으로 보는 것과 달리 태권도는 ‘도(道)’로 여기고 있어 이미지 면에서 브랜드 가치가 높다. 태권V를 캐릭터화하고 브랜드를 제대로 홍보한다면 세계시장에서도 먹혀들 콘텐츠라고 신대표는 자신한다.

특히 우리나라 아이들의 책받침·운동화·가방 등에 들어가 있는 일본산 로봇 그림이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일본산 완구를 치워내기 위해서라도 태권V의 ‘부활’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태권V가 가진 독창성과 창조성도 신대표가 꼽는 ‘성공 인자’다. 태권V에는 인간이 되길 꿈꾸는 인조인간 메리가 나온다. 그런 인조인간의 얘기가 1993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에서 그려졌다. 또 태권V는 훈이와 태권V가 마음을 주고받는 휴머노이드형 로봇이다. 2020년이면 100조원대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로봇산업계가 꿈꾸는 궁극의 로봇이 바로 태권V인 것이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태권V는 다양한 변신을 계획 중이다. 실사영화에 이어 온라인 게임 개발, 학습용 교재 제작 등이 추진되고 있다. 테마파크도 만들어진다.특히 테마파크는 최근 방한한 쇼스캔 엔터테인먼트 CEO 마르셀 플로리오가 “한국에서 테마파크용 콘테츠로는 ‘로보트 태권V’가 최적”이라며 큰 관심을 보여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쇼스캔은 ‘백 투 더 퓨처’ ‘보글보글 스폰지밥’ 등을 놀이기구로 변신시킨 세계적 제작사다. 또 중국에 세워지는 초대형 테마파크 측에서 태권도관을 만들자고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런 때문인지 신대표가 생각하는 태권V의 미래 경제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백억, 수천억원이 아니라 수조원대다. 일본 반다이가 만들어낸 ‘건담 로봇’보다 경쟁력이 월등하므로, 2조~3조원은 거뜬히 넘어설 것이라는 계산이다.

올해로 32세가 된 청년 태권V는 이제 만화영화 밖으로 뛰어나와 모든 산업 분야로 달려가고, 세계를 향해 날아가는 중이다. 악당은 영화 속에 남겨 뒤고 세계인의 친구가 되기 위해….

■ 태권V의 비밀

30년 가까이 논쟁을 벌여온 것 가운데 하나가 ‘로보트 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이다. 둘이 ‘공식적’으로 맞붙은 적이 없어 우열을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각자 지닌 무기나 성능, 덩치 등을 감안하면 의외로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무조건 태권V의 압승이다.

우선 덩치에서 ‘쨉’이 안된다. 산업자원부에 등록된 로봇등록원부에 따르면 태권V의 키는 56m다. 반면 마징가Z의 설정집에는 마징가Z의 키가 18m라고 명기돼 있다.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 사람으로 따지면 K1 선수인 최홍만(신장 218㎝)과 11개월 된 남자아이(표준 신장 74㎝)가 맞짱 뜨는 셈이다.

더욱이 마징가Z는 순전히 일본 소년 고지(우리 이름 ‘쇠돌이’)가 움직이는 조종간에 의해 몸을 놀린다. 그러나 태권V는 3번 단추를 누르면 훈이와 태권V가 한몸이 돼 훈이의 동작대로 태권V가 반응한다. 조종의 섬세함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징가Z는 무기가 다양한 반면 태권V는 무기가 별로 없어 치고 빠지는 아웃복싱에서는 마징가Z가 절대 유리하다는 말도 있다. 맞는 소리다. 태권V의 무기는 로켓 주먹 2발, 레이저 빔포 13발(양쪽 눈, 턱, 양 손가락 끝), 기관포 6발(손등에 각 3개), 광자력 빔포(가슴의 V자 마크)가 전부다. 이와 달리 마징가Z는 로켓 펀치, 대차륜 로켓 펀치, 아이언 커터, 광자력 빔, 루스트 허리케인, 냉동 빔, 미사일 펀치, 블래스트 파이어, 드릴 미사일 등 한마디로 온몸이 무기다.

그러나 문제는 파워. 출력표를 보면 마징가Z의 출력은 고작(?) 65만마력이다. 태권V는 그에 비해 20배 가까이 강력한 1200만마력을 자랑한다. 마징가Z가 아무리 먼거리에서 싸우려 해도 태권V의 속도에 금방 잡힐 수밖에 없고, 아무리 다양한 무기를 쏟아부어도 광자력 빔포로 모두 녹여 버릴 수 있다.

마징가Z에 비해 4년 늦게 만들어지면서 신기술이 더해진 것도 태권V의 강점이다. 게다가 마징가Z는 조종석이 머리 밖으로 드러나 있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태권V의 조종석은 가장 안전한 가슴 속이다. 엄민용기자

▲직업은?

올해 나이 32세인 로보트 태권V의 공식 직업은 연예인이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을 비롯해 김태희·김소연·김주혁·김지수 등과 한솥밥을 먹는 나무액터스 소속 연기자다. 로보트 태권V는 30세 되던 해인 2006년 7월 나무액터스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로보트 태권V는 엄연한 연예인인 만큼 모델료나 출연료도 받는다. 2009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되고 있는 실사영화에서도 톱스타급의 출연료를 챙긴다.

▲태권도 실력은?

로보트 태권V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 고유의 무술인 태권도를 하는 로봇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로보트 태권V의 태권도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 KBS 2TV ‘스펀지’는 그의 실력을 3단으로 감정했다. 그와 일심동체를 이루는 태권도 세계챔피언 훈이도 3단이다. 그러나 국기원은 실제로 그에게 4단 단증을 줬다. 또 그를 세상에 내놓은 ‘아버지’ 김청기 감독은 무려 7단을 인정받았다. 물론 둘 다 명예단증이다.

▲누구를 닮았나?

김청기 감독이 로보트 태권V의 도안을 처음 그렸을 때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생김새가 아니었다. 김감독은 당초 ‘그레이트 마징가’의 모습을 그대로 빌려왔고, 이름도 ‘마징가 태권’으로 붙였다. 그러나 모방한 것에 심적 갈등을 겪던 김감독은 광화문 인근의 스튜디오에서 내다보이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보고 무릎을 쳤다. 늠름한 모습의 로보트 태권V는 이순신 장군의 환생인 셈이다.

■ ‘정의 상징’ 온·오프 뜨겁게 달궈

그동안 많은 사람이 태권V를 잊고 살았지만, 그 못지않은 사람이 태권V를 의지하고 살았다.

넷세상에서 태권V는 언제 어디서든 나타난다. 모습은 조금씩 달라도 정의로운 모습은 한결같다. 일본이 독도 망언을 꺼낼 때면 독도의 동도와 서도가 갈라지면서 태권V가 날아오른다. 우리나라가 큰 위기에 맞닥뜨리면 국회의사당의 뚜껑이 열리면서 태권V가 나타나 우리를 구해준다. 이때 태권V의 지휘통제본부는 남산타워다. 이런 내용의 태권V의 패러디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수두룩하다.

태권V는 정말 바쁘다. 등록금 인상을 막아 달라고 부르고, 국회의원을 혼내 달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즘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부탁’이 끊이지 않는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바쁘다. 아이들이 모인 곳이라면 얼굴을 내밀어야 하고,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행사 등에서는 불법 복제물과 한판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얼마전에는 대학 강의도 나갔다. 실제로 부산대가 ‘로보트 태권 브이’ 강좌를 마련했다. 태권V, 그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정의롭고 용감한 우리의 친구인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 태권V가 실재한다면…

영화 속에서 로보트 태권V는 서울 한복판을 자유롭게 걸어다니거나 하늘을 날면서 악당들의 로봇들을 물리친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 만큼 태권V는 그렇게 마음대로 나다닐 수 없다. 생각없이 나섰다가는 엄청난 벌금에다 구치소 신세를 지기 십상이다.

지난해 사법연수원 뉴스레터 '미네르바' 9월호에 실린 '로보트 태권브이에 대한 법적 고찰'에 따르면 현행법하에서 태권V는 옴짝달싹을 할 수 없다. 대한민국 법전에 '대형 직립 로봇의 운행 등에 관한 법률'이 없는 만큼 태권V는 자동차와 항공기 관련법을 적용받게 되는데, 법조항이 태권V에게는 족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선 태권V를 자동차 관리법에 적용해 보면 특수 자동차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자동차등록을 해야 하며, 자동차등록원부에 등록하지 않고 서울 시내를 활보했다가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태권V가 2006년 산업자원부 장관으로부터 받은 '대한민국 로봇등록증'을 가지고 국토해양부 장관에게서 임시 운행허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합법적인 운행은 불가능하다. 신장 56m에 무게가 1400톤에 달하는 태권V는 길이 13m, 너비 2.5m, 높이 4m, 중량 40t 미만으로 제한된 자동차 안전기준에 크게 벗어나기 때문이다. 절대 도로에 나설 수 없다는 얘기다.

하늘을 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항공법 대통령령이 '지구대기권 내외를 비행할 수 있는 항공우주선'을 항공기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어 우주를 날아다니는 태권V는 항공기가 맞기는 하다.

그러나 항공법 제25조에 의하면 항공업무 종사자는 국토해양부 장관으로부터 항공종사자자격증명을 받아야 하는데, 자가용 조종사의 경우 17세 이상이어야 자격이 주어진다. 나이가 어린 '훈이'는 탈 수 없는 것이다.

또 비행장이 아닌 곳에서 이·착륙을 할 때마다 국토해양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악당의 로봇이 공격해도 최저고도제한과 항로 규정을 지켜야 한다. 결국 태권V가 악당 로봇들과 용감하고 씩씩하게 싸워 우리의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악당 무리가 지구를 정복하려고 처들어 올 위기상황에는 특단의 조처로 태권V에게 면책특권 혹은 전권을 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엄민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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