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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이병헌, 배우 호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

 

 '스타'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그러나 '월드 스타'라는 칭호를 듣는 스타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1986년 영화 '씨받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강수연을 시작으로 '로스트'로 전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김윤진, 음악과 영화로 전세계 여심을 뒤흔든 비, '대장금'으로 아랍지역까지 휩쓴 이영애 등이 '월드스타'로 불릴 만하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개봉을 앞둔 이병헌도 '월드스타'다.

많은 사람이 일본 아줌마팬들만 있는 줄 알지만 그의 팬들은 전세계적으로 퍼져 있다. '놈놈놈'이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을 때 일이다. 아시아권 기자를 비롯해 수많은 유럽 및 미국 기자들이 '놈놈놈'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하면서 이병헌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이병헌은 2006년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상영된 '달콤한 인생' 덕분에 유럽 영화 관계자와 영화팬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매우 높다. 한 해외 영화 관계자는 이병헌을 두고 "한국의 알랭 들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내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GI 조'와 '나는 비와 함께 간다'가 개봉된다면 전세계적인 인지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월드스타' 이병헌을 만났다. 이병헌에게 칸국제영화제 때 그를 보러 딸과 함께 칸국제영화제에 와서 '놈놈놈' 프리미어 행사 때 사인을 받아간 일본 아주머니 팬 이야기를 건넸다. '혹시 열정적인 팬들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는 담담하게 "그럴 단계는 지났다"고 대답했다.

 이병헌은 'GI 조' 촬영 때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그해 여름'을 촬영할 때 이병헌을 보기 위해 경북 안동 산골로 오는 걸 마다치 않았던 일본 팬들은 체코 프라하까지도 원정을 갔다. 이병헌을 만난다는 보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공항과 촬영장 근처에서 며칠째 진을 쳤다고 한다.

 이병헌은 "예전에는 너무 미안하고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하지만 그런 부담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소신을 없애는 걸 느꼈다"고 말을 이어갔다.

 "팬들의 사랑은 언제나 정말 고마운 일이죠. 그런데 그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 해요. 그런 부담감이 작품 선택이나 배우로서 지향점에 영향을 끼치더군요.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실패를 두려워하고 싶지도 않고요. "

 이병헌의 이런 소신이 최근 출연한 세 작품이 녹아들어갔다. 이병헌은 '놈놈놈'에서 악역인 창이 역을 맡았다. 비중도 송강호·정우성에 비해 적은 역할이지만 배우로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어 출연했다. '한류스타'라는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멋지고 태가 나는 '좋은 놈' 역할을 맡았을 것이다.

또한 저예산 미국·프랑스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서는 조연인 암흑가 두목 역할로 등장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타 'GI 조'에서는 원작 만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인 스톰 체이서 역을 맡았다. 소위 말하는 한류스타로서 안정적인 지위와 막대한 금전적인 이득을 보장하는 역할들은 아니다. 그보다 배우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볼 만한 개성 강한 역할들이다.

이병헌은 세 영화를 촬영하느라 지난해부터 250일간을 해외에서 지냈다.가을부터는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워커홀릭이 아니냐고요? 아니에요. 예전에는 작품을 고를 때 너무 심사숙고했어요. 그러나 이젠 좀 자유롭고 싶어요. 정말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팬들을 위해서 제가 할 일은 매 작품 최선을 다해 배우로서 내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진지하게 배우로서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하는 이병헌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류스타' '월드스타'로 그를 수식하지만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는 '배우 이병헌'이라는 사실을 디사 한번 실감했다.

<글 최재욱기자·사진 이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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