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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타자는 승엽만으로 충분”…물오른 김태균 눈물의 탈락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14일 야구회관에서 대표팀 최종 엔트리 24명을 발표하기에 앞서 “고민을 많이 했다. 몇몇에게는 아쉬울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하지만 감독으로서, 야구인으로서 부끄러움 없이 뽑았다. 아쉽게 떨어진 선수도 있지만 24명과 조화를 이뤄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밝혔다. 나름의 선발 기준이 있었고 이에 선수들의 운명은 엇갈렸다.

▲손민한 대신 송승준

김감독은 12일 부산 롯데-두산전을 치르면서 손민한의 역투를 상대편 벤치에서 지켜봤다. 손민한이 좋은 투수라는 것은 그도 인정한다. 하지만 대표팀 구성상 손민한은 예선전 초반 4경기(미국·중국·캐나다·일본) 중 중국전 선발로 기용할 셈이었다.

그렇다면 군복무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송승준을 뽑는 것도 괜찮다는 의견이 나왔다. 여기에 손민한도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들을 만나 “송승준과 나 중 한명을 뽑을 거면 나 대신 송승준을 선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송승준에게는 지원군이 많았다.

김감독은 14일 송승준에 대해 “미국에서 뛴 경험도 있고 공도 나쁘지 않다”고 믿음을 보였다.

▲김태균 대신 이대호

김태균

대표팀 구성상 1루수는 2명이다. 이승엽이 대표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이대호와 김태균 중 1명만 선발되는 상황이었다.

김감독도 김태균이 올시즌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김감독은 군미필인 이대호가 1·2차 예선에서 보여준 팀 공헌도를 무시할 수 없었다. 김감독은 “예선전에서 사구를 맞고라도 살아나가려 했던 이대호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균의 타격감이 최고이지만 국가대표 팀의 4번타자는 여러명이 필요치 않다”며 대표팀 중심타선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여기에 이대호가 올시즌 소속팀의 3루수로 나서고 있는 것도 이대호 선발에 힘을 보탰다. 김감독은 “대표팀 경기를 하다 보면 여러 포지션을 맡을 선수가 필요하다”며 “김태균은 올해 최고의 타자이지만 대표팀에는 지명타자로만 기용해야 하기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윤석민 대신 권혁

최종 엔트리 발표 하루 전에 희비가 엇갈렸다고 알려진 경쟁자가 윤석민과 권혁이다.

김감독은 일단 윤석민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객관적인 성적에서 윤석민이 송승준보다 낫기 때문에 송승준을 선발하는데 윤석민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결국 윤석민은 대표팀 선발진에 들지 못했다.

윤석민은 이어 권혁과 중간계투진 한 자리를 다퉜다. 김감독은 13일 낮까지만 해도 권혁에 대해 “올시즌 부상으로 인한 2군 경험도 있고 최근 등판 결과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밤에 생각이 바뀌었다.

권혁이 좌완이라는 점이 막판 뒤집기 성공 요인이다.

김감독은 14일 “불펜진 중 좌완은 장원삼뿐이었다. 강팀은 좋은 좌타자가 많고 지난 1·2차 예선에서 선보여준 권혁의 무게감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1·2차 예선 뒤 권혁에 대한 일본에서의 평가도 매우 높았다”고 덧붙였다.

▲박경완 대신 진갑용·강민호

이번 대표팀의 주장은 진갑용이 맡을 전망이다. 김감독은 진갑용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진갑용은 지난해 1차 예선 때 대표팀의 대만 전지훈련 뒤 선발한 최종 명단에 박경완과 조인성에게 밀려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바로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남아 대표팀 훈련을 도왔다. 반면 박경완은 부상을 이유로 1차 예선 때 거의 마스크를 쓰지 못해 진갑용과 대비됐다.

군미필자인 강민호도 올해 타격감이 좋고 올림픽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는 동기가 있기 때문에 선발됐다.

▲김현수·임태훈 합류

김감독은 행여나 좋지 않은 말이 나올까 고민했다. 김현수와 임태훈 등 두산 소속 선수들을 뽑는 것에 대해서였다. 승선이 확실한 김동주·고영민·이종욱까지 합하면 두산 소속이 5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임태훈의 선발 이유는 캐나다·일본전 등에 투입할 중간계투 요원이 필요해서였다. 대표팀에 전문 중간계투들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올시즌 타격에 눈을 뜬 김현수는 김감독이 추구한 대표팀 외야진 세대교체의 수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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