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님은 먼곳에' 수애, 수줍은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감정몰입 안돼 술 벌컥필름 끊긴채 촬영

일생일대 최고의 배역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서일까? 영화 ‘님은 먼곳에’(감독 이준익)의 24일 개봉을 앞둔 배우 수애는 극중에서 맡은 순이를 말할 때 모든 문장에 “저는”이라며 1인칭을 사용했다. 또한 말투에서도 수줍은 소녀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성숙한 여인의 뚜렷한 주관이 느껴졌다. 남편을 찾아 베트남전쟁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가 자아를 찾은 순이처럼 수애는 ‘님은 먼곳에’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껍질을 벗었다.

#순이-내 한계에 도전한다

수애는 요즘 모든 충무로 여배우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여배우들이 딱히 할 역할이 없는 요즘 현실에 ‘님은 먼곳에’를 마친 데 이어 조승우와 함께 대하사극 ‘불꽃처럼 나비처럼’ 촬영에 들어갔다. 수애는 대작을 두 편 연달아 촬영하면서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제가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을까요? 행운이 잇달아 찾아와 너무 행복해요. 그러면서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고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변했어요. 과거에는 연기가 나 혼자의 작업인 줄 알았는데 모든 스태프들과의 호흡의 중요성도 깨닫게 됐어요. 또한 한 장면 한 장면에 집착하기보다 역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님은 먼곳에’에서 수애의 이런 변화된 연기관이 제대로 드러난다. 단순히 과감한 의상에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연기의 톤이 무거워졌다. 수애는 순이의 내면에 다가서는 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고백했다.

“제가 원래 술을 못 마셔요. 그러나 영화 하이라이트 부분 미군 부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찍을 때는 못 먹는 술을 일부러 먹었어요. 제가 순이의 감정에 다가가지 못하자 감독님이 속상해 술을 마셨고 저도 속상해 위스키를 3분의 1병 비우고 촬영했어요. 그리고 촬영했는데 필름이 끊기고 말았어요. 쑥스러워 모니터를 못하겠더라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수애는 배우란 직업에 대해 애정이 더해졌고 자신감이 생겼다. 수애는 “앞으로도 한동안 순이는 내 마음 속에 살아 있을 것 같다”며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서른의 잔치는 시작됐다

두려움이 없는 순이의 영향이 컸나 보다. 수애는 너무 솔직했다. “내년이면 서른인데…”라는 질문을 던지자 “올해가 서른이에요. 1980년생은 방송용이고 실제로는 1979년생이에요”라고 당당히 대답해 기자를 놀라게 했다.

“서른의 잔치가 시작됐냐고요? 저는 예전부터 여자의 나이는 서른둘일 때가 최고인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정말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나이 먹는 게 너무 즐거워요.”

나이도 있는데 결혼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을까? 수애는 “일 때문에 결혼을 주저하고 싶지는 않아요. 남자가 없는 게 문제죠. 호호호. 좋은 사람이 나타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결혼할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수애는 ‘님은 먼곳에’ 촬영이 끝난 후 런던 여행을 다녀왔다. 동료 연예인들처럼 잡지나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의 협찬으로 떠날 수 있었지만 이를 거부하고 트렁크를 직접 밀며 혼자 다녀왔다.

“태어나서 이제까지 제가 혼자 지내본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어머니를 비롯해 주위에서 너무 걱정했지만 그냥 혼자 떠났어요. 남편을 찾아 전쟁터로 뛰어든 순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절대로 이런 용기를 못냈을 거예요.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었어요.”

수애는 흥행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수줍은 소녀로 돌아갔다.

“관객들이 우리 영화의 진심을 알아줄 거라고 믿어요. 따뜻한 감동을 받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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