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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베이징]中 응원단장 한국인 조수진

13억 중국인에 신바람 선사할 것

공식응원단 총감독으로 우뚝

‘쿵쿵따 쿵쾅 쿵쿵따 쿵쾅.’

중국 베이징의 국제무역센터 맞은편 지엔와이(建外)SOHO 17동 22층.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화려한 의상에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한 치어리더들이 한창 연습 중었다. 그들은 뜨거운 시선과 카메라 세례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포즈를 취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공식 치어리더팀. 외부와 단절된 베이징시 외곽에서 연습하고 있지만 이날은 올림픽 개막 전 처음으로 연습 과정을 공개했다. 치어리더들의 파격적인 의상보다 더 놀라운 건 총 380명의 응원단을 이끌고 있는 단장이 바로 한국인 조수진씨(34)라는 사실이다. 공식 직함은 2008 베이징 올림픽 현장 공연감독이다.

“처음부터 올림픽 응원단장으로 나서게 된 건 아니었어요. 지난해 7월 비치발리볼대회에서 파격적인 은색비키니에 중국 국기 우싱훙치를 달고 일사불란하게 춤을 추는 모습에 관계자들이 후한 점수를 줬죠. 중국체조협회에서 견제했지만 실력이 월등해 누구도 반대하지 못했어요.”

한국인 특유의 예절도 중국인들을 감동시켰다.

“치어리더들이 인사를 잘 하는 점이나 마신 물병을 모두 치우는 모습을 보고 조직위에서 감동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농구 응원만 맡기더니 결국 총감독으로 임명했죠.”

올림픽을 보름 앞둔 요즘도 안무를 짜고 구상하느라 24시간이 부족하다. 멀리서 취재를 오셔서 꼭 머리를 감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안났다면서 웃었다. 감지 못한 머리카락은 굵은 머리띠 뒤로 감추고 있었다.

조씨는 1994년 중국으로 건너오기 전까지 인천 반지하방에서 힘들게 살았다. 99년부터 베이징텔레비전(BTV)의 에어로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름을 알렸고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치어리더 댄스팀 ‘수진지무(守鎭之舞)’ 리더로 중국 응원을 이끌면서부터 주목을 받았다. 88서울올림픽이 치러진 14살 때 ‘손에 손잡고’에 맞춰 안무를 짜던 인천 짠순이가 꼭 20년 후 중국 응원단장으로 대륙을 호령하게 된 셈이다.

“부채나 탈춤 등 동양의 독특한 느낌을 살리려고 애썼습니다. 이번에 한국의 문화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난타’나 ‘선녀와 나무꾼’을 응용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혀 도와주지 않더군요. 그래서 미국 미식축구팀 NFL 응원단에게 교육을 받는 파격적인 프로젝트를 성사시켰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에게선 에너지가 넘쳤다. 조씨는 자신의 경쟁력으로 가난함을 꼽았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이룰 수 있었다는 것. 남들은 돈을 많이 번 줄 알지만 아버지 빚도 그대로고 여전히 경비원으로 일하신다. 그녀도 월세집에 살고 있지만 올림픽 응원단 교육으로 돈 한푼 받지 않는다.

“지난해 1300만위안(약 20억원)의 투자 제안이 들어왔어요. 어마어마한 돈이지만 돈을 받는 조건으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해서 거절했죠. 전 돈보다 중국의 응원 문화를 바꾸고 싶어요. 예전에 경기장에서 야유를 하고 해바라기씨를 던지던 중국인들도 조금씩 변하고 있거든요.”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치어리더 문화도 바꾸고 싶은 게 욕심이다.

반짝이는 조수진씨의 눈에서 혈혈단신 중국으로 건너와 단장자리를 꿰찬 한국인의 당당한 의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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