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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1위 두고 中-美 순위집계 ‘장외 싸움’

“미국이 1위 질주” 美언론 집계에 중국 발끈

IOC 공식방침 없어 혼선 … 네티즌도 논쟁

뉴욕타임스 메달집계

‘베이징올림픽 1등은 미국?’

베이징올림픽의 순위를 매기는 메달집계 방식을 놓고 미국이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일 현재 각국별 금메달 개수로 각국별 성적 순위를 매기고 있다. 중국이 금메달 44개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 미국은 금메달 수에서 18개나 뒤처진 26개로 2위에 랭크돼 있고 한국은 금메달 8개, 은메달 10개로 7위에 올라 있다. 중국은 이런 방식에 따라 올림픽 개막 이후 줄곧 1위를 달렸다. 금메달이 같으면 은메달 수, 은메달까지 같으면 동메달 숫자까지 계산해 순위를 정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 CNN 등 미국 언론에서 내보내고 있는 메달순위 1위는 미국이다. 미국은 금메달 수가 아닌 금·은·동을 합한 전체 메달 수로 순위를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79개로 1위, 중국이 77개로 2위다. 영국은 금메달 16개로 러시아보다 4개나 많지만 전체 메달 순위에서 36개로 러시아에 8개 뒤져 4위로 돼 있다. 특히 한국은 금메달 4개의 프랑스보다 금메달은 배나 되지만 전체 메달 개수에서 6개가 밀려 8위다.

이처럼 우리나라나 중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금메달 수로 순위를 가리고 동률일 경우 은메달과 동메달의 수로 순위를 결정하는 데 비해 미국은 금·은·동을 합한 전체 메달 수로 순위를 정하고 있다.

구소련 붕괴 이후 스포츠 최강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금메달 순위로도 모두 1위를 차지해 두가지 집계방식이 논란을 빚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메달 집계방식에 따라 1위와 2위가 뒤바뀌는 진풍경이 벌어지며, 양국의 자존심 싸움 양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은 금메달 순위로 88 서울올림픽 때 11위에 그쳤으나 92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4위로 급부상했고, 아테네에서는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스포츠의 2인자로 떠올랐다.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해 중국인의 자존심을 만방에 과시하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언론이 메달집계 방식을 달리해 중국을 2위로 내모는 것에 대해 상당한 반발심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올림픽조직위(IOC)가 공식 메달집계 방침을 정하고 있지 않아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때문이다. IOC는 1924년 올림픽 헌장에 “IOC와 OCOG(지역올림픽조직위)는 국가별 메달집계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이후 이 규정을 여전히 준수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 국민 사이에도 메달집계 방식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잘 나가는 미국이 메달 전체를 따지는 집계 방식으로 1위라고 해도 누구 하나 말릴 사람이 없는 것 아니냐”면서 “중국이 미국의 승복을 받는 길은 금메달뿐 아니라 총 메달 수에서도 크게 앞지르는 길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금메달 지상주의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 정신을 저해하는 것이다. 은메달이나 동메달 모두 값진 것”이라며 금메달 지상주의에 반대하는 견해를 밝혔다. 또 “전체 메달 수로 따지려면 금메달 하나는 은메달 2개나 동메달 4개, 은메달 1개는 동메달 2개로 집계해야 한다” “구기종목은 선수 숫자대로 메달을 따져야 한다”는 등 이색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과 유럽의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금메달 중심의 메달공식집계 방식을 채택하면서 IOC 내에서도 금메달을 공식 메달집계 순위의 기준으로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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