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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IN]SK 이적생 박정환이 밝히는 ‘공포의 백업’ 탄생 비밀

올림픽 중에도 ‘단내’…지옥훈련=기술훈련

SK는 지난 23일 인천 한화전에서 선발라인업 전원을 20대로 짰다.

그것도 절반은 1.5군. 그러나 류현진을 선발로 내세운 한화와 연장 승부까지 벌이며 밀리지 않는 싸움을 했다.

이날만이 아니다. SK는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9월 이후 선발라인업의 절반 가까이를 1.5군으로 채웠다. 그러나 9월 성적은 15승4패(승률 7할8푼9리)로 상승곡선을 이어갔다. 그야말로 ‘공포의 백업군단’으로 페넌트레이스의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지난해 삼성에서 방출된 뒤 올해 SK에서 기회를 얻은 박정환(31·사진)도 후반기 SK의 핵심 멤버 중 한명. 그의 체험을 통해 ‘공포의 백업군단’ 형성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이따금 찾아오는 기회를 살리는 확률이 높은 이유가 보인다.

#올림픽 브레이크의 기억

길었던 8월의 올림픽 브레이크. SK 선수단은 사흘 훈련하고 하루 쉰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혜택을 누린 선수는 일부다.

쉰 날을 손으로 꼽던 박정환의 말. “하루쯤되나….”

1.5군급 선수들이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 동안 완전히 쉰 날은 단 하루뿐이었다. 문학구장에서 주로 훈련했고, 운동장을 못쓰는 날에는 대학교 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훈련했다.

훈련시간도 오전부터 초저녁까지. 힘을 쏟아내는 스프링캠프와 다를 게 없었다.

원래 2루수인 박정환은 1루수 미트를 들고 모창민·권영진·이재원 등과 함께 1루에서 펑고를 자주 받았다. 전반기 박정권에 이어 이진영까지 다쳐 1루수가 사라지자 이들에게 기회가 왔다. 그리고 이들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땀흘린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여름 사흘 연속 경기가 취소됐을 때의 기억. 사복 입고 퇴근하는 것은 남의 일이었다.

“취소되고 나서 거의 전원이 실내연습장으로 가서 티배팅 1000개씩을 쳤어요. 사흘 연속 그랬는데 그러다보니 한번 타석에 나가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또 기회를 놓치면 그만큼 아쉬움도 큰 거죠.”

박스로 따지면 다섯박스. SK 타자들은 사흘 연속 비가 와서 체력을 세이브하는 대신 3000개씩 티배팅을 했다. 경기 못하면 타격감 떨어진다는 통설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SK 지옥훈련에 대하여

박정환은 지난 겨울 삼성 보류선수에서 제외된 뒤 기회를 잡았다. SK 지옥훈련을 겁먹을 여유도 없던 상황이다.

그리고 찾은 스프링캠프. 소문대로 훈련량이 엄청나게 많긴 많았다. 박정환은 “훈련량이 확실히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밖에서 짐작했던 것과는 훈련내용이 달랐다.

무엇보다 기술훈련이 엄청나게 많았다.

박정환은 “체력훈련도 그렇기는 하지만 기술훈련이 많다. 미스 플레이가 나오면 반복훈련을 해 실수 확률을 줄였다”고 말했다. SK 외야수비가 8개팀 중에 가장 빠르고, 내야로 공이 릴레이되는 것이 간결한 것도 그런 훈련 덕분이다.

세분화된 기술훈련이 많은 것은 이따금 1군무대에 서는 백업멤버들이 야수로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된다는 설명. 박정환은 그 중 하나로 김성근 감독이 직접 펑고를 치고 다이빙 캐치 훈련만을 집중적으로 한 기억도 떠올렸다.

실제 박정환은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 22일 인천 KIA전에서 1루수로 나와 1회초 1사 2루에서 나지완의 직선타구를 몸을 날리며 잡아 팀분위기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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