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블로그미팅]무례한 댓글과 거리조절

일명 악플이라 불리는 것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번째는 말 그대로 악의를 가지고 단 댓글이다. 댓글이 향하는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의도를 가지고 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상대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상대방이 불쾌해지거나 상처를 받게 되는 무례한 댓글이다.

최근 ‘여성의 속옷’으로 시작된 성담론이 성희롱을 거론하는 댓글로 번져가면서 블로거들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최근 ‘패션밸리의 난’의 도화선이 되었던 모 포스팅에 달려있는 남성들의 댓글 중 앞쪽 부분은 대개 두번째의 성격을 가진 댓글로 판단된다. 솔직히 댓글들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어휴~ 어쩌자고 또 안밟고 넘어가도 될 지뢰를 밟냐”였다. 댓글을 단 사람들에게서는 악의가 보이지 않았고 또 댓글 자체는 가볍기는 하지만 그다지 경솔하다고 볼 수는 없는 수준이었지만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것이 확실해 보였고 결국 어떤 식의 논쟁으로 발전했는지 결과로 나타났다.

‘패션밸리의 난’이란 블로그 사이트 이글루스의 ‘패션&뷰티’ 밸리에서 ‘큰 사이즈의 여성 속옷을 구하기 힘들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된 성담론이 성희롱 댓글로 번져가며 블로거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인 사건이다.

한국이라는 사회는 아쉽게도 아직 남성과 여성 사이에 금기가 많은 사회이다. 특히 성과 관련된 화제는 어지간히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면 최고 수준의 금기 화제 중 하나다. 그렇지만 동시에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는 일상 생활에서라면 정말 친밀한 사이가 아니고는 듣기 힘든 주제에 관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게 된 사회이기도 하다.

보통은 여성들만 공유하는 화제라서 절대로 알 수 없는 세계, 특히 여성의 신체와 관련된 이야기인 경우 남성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대화에 끼어들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다만 일반화시킬 생각은 없지만 젊은 남성들은 여성과 교제 경험이 충분하지 못해 여성과 대화 중에 거리 조절에 실패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남성들은 ‘이 정도는 그쪽에서 충분히 받아 줄 거야’라고 생각하는 수위의 발언을 했는데 상대방에게서 격한 반응이 나오면 먼저 당황한다. 다음에는 자신이 상대방이 생각하는 것처럼 저질이거나 나쁜 놈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해명하고 싶은 욕심에 변명을 하게 된다. 그리고 변명이 통하지 않으면 자포자기를 하게 되거나 최악의 경우 자기 합리화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결론은 하나다. 한국 사회의 남성과 여성이 금기시하는 종류의 화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순간적인 감상이나 하고 싶은 말은 참고 무난한 댓글만 다는 것이 좋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친근감 표시는 자제하고 최대한 정중하게 사견을 강조하지 않는 댓글을 달자. 사실 이것이 원래 기본적인 온라인 예절이 아니었던가?

생각지도 못하고 불시에 지뢰를 밟아 버린 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여성 블로거들의 독화살에 당황하고 있는 남성 블로거들이 취할 수 있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는 않으나 매우 실용적인 대처 자세’가 있어 소개한다.

우선 준비 자세로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두 손을 앞으로 짚어 엎드린 다음 “죄송합니다” 또는 “잘못했습니다”를 외치면서 연방 굽실거리는 비법이다. 상황이 매우 불리할 때는 바로 연결 기술인 복지부동(伏地不動)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나이 대장부로 태어나서 나쁜 뜻 없이 저지른 사소한 실수 때문에 어찌 이런 굴욕적인 생존기술을 쓰겠는가. ‘나는 정정당당히 맞서고 죽겠노라’라고 생각하는 대인배들에게는 건투를 빌겠다. 다만 애인이 생기면 블로그는 안 보여주는 것이 좋다. 아내가 있다면 지뢰를 밟는 드문 경우에는 재빨리 아내의 원조를 얻어 초기 진압하는 것이 좋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