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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세상 한글오염, 세종대왕 뿔나겠네

오역·욕설·저급한 번역 눈살…채팅어 남발도 문제

일부 업체선 한글화팀 구성…게임언어 건전화 앞장

사진I KBS

게임 속 한글 오염이 심각하다. 게이머들끼리 쓰는 채팅어는 알 수 없는 줄임말이 난무하고 외산게임의 한글화에는 원문의 외래어가 그대로 쓰이는가 하면 저급한 번역도 여전하다. 하지만 일부 게임업체는 상시 한글화팀을 두기도 하고 음성 한글화까지 하는 등 한국 게이머에게 최적의 게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임을 하다가 다른 게이머와 채팅을 하다보면 당황할 때가 적지 않다. 난생 처음 보는 채팅어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모음을 빼고 자음만 쓰는 것은 흔한 일이다. ‘ㄹㄷㄹㄷ(레디레디)’ ‘ㄱㄷㄹ(기다려)’ ‘ㅅㅅ(나이스샷)’ ‘ㅈㄷㅇ(즐거운 댄스요)’ 등이다. ‘강티(강제퇴장 줄임말의 변형어)’ ‘고대(고수대회)’ ‘배파(배틀파티)’ ‘뒷삭(오디션게임 내 메신저에서 친구 삭제)’ ‘텟(테스트 서버)’ 등 줄임말은 게임을 자주 하지 않으면 뜻을 알기 힘들다.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도 문제지만 욕설과 음란어 사용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게임업체들이 금칙어로 설정해 놓고 있지만 띄어쓰기를 하는 등 교묘히 피해서 쓰고 있다.

외산 게임의 한글화도 문제다. 특히 영문을 한글로만 옮기는 기계적인 번역은 게임 진행을 방해한다. 지난해말 발매된 ‘콜오브듀티4’에서는 게임 속 의미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번역으로 게이머의 불만을 샀다. 함교를 단순한 다리로 직역하거나 해머의 연료가 떨어졌다는 것을 해머는 연료 창고에 있다고 잘못 옮기는 등이다. 앞서 출시된 ‘콜오브듀티2’도 ‘우리가 거기에 있는지 물론이다’ 등 의미를 알 수 없는 직역으로 게이머의 질책을 받았다.

왼쪽부터‘세인츠 로우2’,‘콜오브듀티2’

욕설과 같이 저속한 단어가 번역문에 포함되기도 한다. THQ코리아가 9일부터 발매를 시작한 기대작 ‘세인츠 로우2’의 한 자막을 보면 ‘그 망치를 네 엉덩이 속에 밀어 넣어도 계속 지랄할 수 있을지’라며 ‘지랄’이라는 욕이 버젓이 들어가 있다.

게임 속 한글이 푸대접만 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 게임업체들은 개발자의 의도를 살리면서 게이머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게임 한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NHN은 미국에서 수입한 ‘반지의 제왕 온라인’의 한글화를 위해 전문가 30여명으로 구성된 한글화팀을 꾸렸다. 이 게임은 소설책 30권 분량의 방대한 양에 고유명사 등이 많아 한글로 옮기기 쉽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용어를 완역, 알기 쉽게 번역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도 최근 70여명의 유명 성우를 동원,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의 두번째 확장팩인 ‘리치왕의 분노’ 음성 한글화를 완료했다. 이들은 던전 보스, NPC 등 110여개의 캐릭터 음성을 녹음했다. 텍스트를 넘어 한글 더빙에 성우가 대규모로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도 게임언어 건전화에 나섰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은 국립국어원과 손잡고 ‘게임언어건전화지침서’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게임언어 사용현황, 주요 온라인 게임 내 채팅언어 금칙어 목록, 게임언어 문제점 및 원인 등을 조사해 건전한 게임 언어 환경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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