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감미로운 클래식? 지휘자는 괴롭다!

지속적 소리 자극 귀건강에 빨간불
자음 잘 못듣거나 이명땐 난청 신호

시끄러운 환경이 늘어나면서 소음성 난청으로 젊은 나이에 사오정이 돼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클래식의 감미로운 선율도 청신경에는 소음과 다름없는 소리자극이므로 음악을 들을 때 볼륨과 헤드폰 사용 등에 주의해야 한다. 사진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한 장면. 경향DB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의 또다른 고민, 난청이 늘고 있다.

축구선수의 가장 큰 악몽이 다리를 못쓰게 되는 것이라면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악몽은 말년에 청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베토벤처럼 되는 것이다. 처음에 여러가지 악기들의 소리가 잘 구별 안되고 날카로운 현의 소리가 두루뭉실해지다가 잘 안들리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일반인에게도 ‘강마에의 비애’가 비켜가는 것은 아니다.

‘강마에’의 인기로 클래식을 듣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클래식이 조용하고 감미로워 귀 건강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비트있는 록 음악이나 클래식은 청신경에 소리자극으로 부딪쳐오는 면에서는 동일하다. 음악이 편안한 소리로 들리는 것은 그것을 수용하는 뇌의 문제이지 귀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소음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전원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귀가 빨리 어두워진다. 갖가지 소음에 수십년간 시달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귀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이비인후센터 박문서 교수는 “1m 정도 앞에서 대화하는 소리는 65㏈ 정도이고 세탁기 소음은 78㏈, 사격 때의 총성이나 제트기가 날아갈 때의 소음은 140㏈ 정도된다. 보통 120㏈에 다다르면 불편할 정도의 큰소리이고, 140㏈이면 귀에 통증이 온다”면서 소음으로 인해 난청환자가 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차이코프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연주할 때 이를 듣는 청중들에게는 흥미 있고 흥분되는 경험이지만 연주자들에게는 귀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순간이다. 가청영역의 한계까지 소리를 증폭시키기도 하는 록 음악은 더 큰 문제”라며 “이런 록 콘서트에 다녀온 후 귀가 멍멍하고 잘 안들려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고,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젊은 나이에도 귀 때문에 사회생활이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특히 쿵쿵거리는 소리는 귀의 건강에 매우 해롭다. 클럽 같은 밤무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시끄럽다. 헤드폰을 달고 사는 청소년이나 젊은층의 음악감상 습관도 큰 문제다. 이런 환경에 자주 노출되거나 직업생활이 3년, 5년 계속될 때 서서히 귓속 달팽이관에 있는 신경세포가 누적되는 피로를 이기지 못해 제 기능을 잃고 퇴화해간다. 신경세포는 일단 기능을 잃으면 회복이 잘 안되기 때문에 치료도 힘들다.

이런 난청은 처음에는 고음의 가느다란 소리만 잘 안들리다가 점점 진행하여 전체적으로 청력이 떨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 생겼을 때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수가 많다. 난청이 시작되면 흔히 대화 중 ‘ㅆ, ㅋ, ㅌ’ 등 자음을 잘 듣지 못하는 수가 많고 많은 경우 이명이 동반되기도 한다.

박 교수는 “귀에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조용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데,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하면 자주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다. 혹시 전화 통화에서 말의 뜻이 잘 파악이 안된다거나 귀에서 언젠가부터 이명이 있다거나 한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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