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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속 빈 토크쇼’ 언제까지…

장 보드리아르는 저서 ‘시뮬라끄르와 시뮬라시옹’(Simulacres et Simulation)에서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실재는 없고 이미지만 넘쳐나는 현대 사회를 묘사했다. 사람들은 사물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둘러싼 사회적 이미지를 이해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 이 책은 영화 ‘매트릭스’에도 차용됐다. 매트릭스 세계에서 해커로 살아가는 주인공 네오가 고객이 찾아오자 속이 텅 빈 ‘시뮬라시옹’ 책에서 불법 소프트웨어를 찾아 건네주는 장면이 나온다. 네오는 실체 없는 이미지의 세계에 살고, 속이 텅 빈 책이 상징하는 것은 바로 보드리아르가 말한 시뮬라크르의 세계다.

TV를 통해 들여다보는 세상은 시뮬라크르다. 매체를 통해서 보니 실체에 가까운 이미지를 얻게 된다.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지만 연예인의 인간적인 면을 탐구한다는 토크 프로그램이 더 심하다는 점은 아니러니하다.

3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김종국은 공익근무요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싶다”면서 “현역을 피하려는 생각에 공익요원이 된 것은 절대 아니고 이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어차피 병역을 마친 마당에 현역복무를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이미지 만들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윤은혜와 열애설도 맞다 아니다가 아니라 “그때는 여자친구로 생각했다”면서 “잡지 않은 것이 아깝다”는 갈팡질팡한 대답을 내놓았다. 시청자들이 정작 알고싶어 하는 내용은 피하고 의혹은 부인하면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건강한 가수라는 이미지만 얻었다. 실체는 결국 찾지 못했다. 지난 1일 ‘독VS독VS독’이라는 주제로 방송된 SBS ‘야심만만 예능선수촌’도 독설가 신해철·유세윤·김구라의 실체를 밝히지 못하고 이들의 화려한 말솜씨에만 빠져들었다.

매일 TV를 통해 보는 연예인은 이미 먼 친척보다 더 친근하다. 이들의 속 모습이 궁금한데 토크쇼에서조차 알기가 힘들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눈치가 없는 시청자들을 위해 자막으로 캐릭터까지 지정해주니 더 그렇다. 진면목을 들여다보기보다 그가 만들어낸, 토크쇼가 만들어준 이미지만 남는다. 그 이미지가 진짜보다 더 설득력을 얻는다.

KBS2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과 MBC ‘악·어(樂語)’ 토크쇼가 새로 방송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벗어나 깊이있는 토크쇼를 지향한다는 데 이들은 시뮬라시옹을 지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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