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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바람이 불어닥친 출판계

 경제가 춥다. 겨울 바람이 더 매섭게 느껴지는 불황의 늪에서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가족을 주제로 한 소설이 출판계를 점령하고 있다.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에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해준 ‘아버지’의 소설가 김정현은 ‘고향사진관’(은행나무)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췌장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가 죽음을 앞에 두고 가족에게 보이는 눈물겨운 사랑을 주제로 했다면, ‘고향사진관’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17년간 돌본 아들의 이야기다. 이 효자 아들은 지난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김 작가의 고향 친구 서용준이다. 주인공 용준이 17년간 아버지를 지키다가 끝내 아버지를 보내고, 간암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나기까지 일생이 잔잔하게 그려졌다. 아버지에 대한 일화나 추억을 되새기는 일보다는 무조건적 희생이 그려진다. 지난해 12월 발간한 후 2개월 만에 1만5000부를 판매했고 4쇄에 돌입했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창비)는 어머니의 이야기다. 소설은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가 서울역에서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늘 곁에서 무한한 사랑을 줄 것 같은 존재였던 엄마가 실종되면서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된다. 가족들이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며 기억을 복원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지난해 11월 출판계에 나온 이 소설은 지금까지 40만부를 팔아치우며 불황에 빠진 출판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집’(푸른숲)은 세번 결혼하고 세번 이혼한 친엄마와 사는 18세 소녀 위녕이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 2007년 말 출간되어 현재 휴간된 상태지만 여전히 베스트셀러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하진의 소설집 ‘착한 가족’(문학과지성사)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여자의 하루를 그린 표제작 ‘착한가족’을 비롯해 ‘슬픔이 자라면 무엇이 될까’는 암에 걸린 여자와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향사진관’을 펴낸 은행나무 측은 “경제 상황이 안 좋을수록 가족에 대한 애착이 커진다. 특히 애틋한 가족의 사랑을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에 가족을 주제로한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소재가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아니다. 탄탄한 줄거리와 구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한데 화제가 되고 있는 소설들이 모두 실력파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도 이를 입증한다.

 ‘엄마를 부탁해’의 출판사 창비는 “가족이라는 소재가 흔하고 보편적이라 더욱 높은 완성도가 담보되어야 한다. ‘엄마를 부탁해’도 신경숙 작가 특유의 심리묘사나 문체가 없었다면 이렇게 큰 사랑을 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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