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있었던 드라마 ‘남자이야기’ 제작발표회 중 재밌는 장면 하나. 사회자 박수홍의 인사가 끝나자 하이라이트 영상이 등장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룹 티맥스의 노래 ‘파라다이스’가 흐르며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로고가 떠올랐다. 당연히 ‘남자이야기’가 등장할 거란 예상을 했던 매체 관계자들에게는 이상한 일. 곧 로고에서 ‘꽃보다’란 글자가 깨지며 ‘남자’만 남긴 후 거친 타입의 로고로 바뀌며 ‘남자이야기’의 서막을 알렸다. 이는 인기리에 종영된 전작 ‘꽃보다 남자’의 후광을 다음 작품인 ‘남자이야기’가 충분히 누리길 바라는 방송사의 염원과도 같았다.
KBS2 드라마 ‘남자이야기’는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 등을 집필한 송지나 작가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거기다 박용하, 김강우, 박시연 등의 젊은 배우들과 이문식, 김뢰하, 장세진 등의 중견들이 힘을 보탰다. 어영부영 삶을 유지하던 김신(박용하)이 채도우(김강우)의 음모로 희생된 형(안내상)의 복수를 위해 절치부심 노력하는 내용을 다뤘다. 전작 ‘꽃보다 남자’와는 또 다른 거칠면서도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지배한다.
하지만 ‘꽃보다 남자’의 훈풍은 제작발표회에도 가시지 않았다. 주연배우 박용하는 “분명히 전작의 인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같은 방송사니까 큰 도움을 받을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김강우는 “(꽃남은) 재밌게 봤던 드라마”라며 “‘남자이야기’는 다른 느낌의 이야기이므로 자신감이 있다”고 전했다. 박시연 역시 그랬다. F4 중 김범을 이상형으로 꼽은 그는 “나도 즐겁게 봤던 시청자 중 하나”라며 “기왕이면 그 인기를 우리가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주연배우 세명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와 또 다른 역으로 연기의 폭을 넓힐 작정이다. 부드러운 이미지에서 드라마 ‘온에어’와 영화 ‘작전’으로 거친 면을 표현하기 시작한 박용하는 바야흐로 액션배우로 거듭난다. 선한 인상의 김강우는 한 순간의 틈조차 허용하지 않는 냉혈한으로, 세련된 이미지의 박시연은 연인을 위해 인생의 항로를 바꾸는 의리의 여인으로 거듭난다.
이 세 배우는 나름의 인연이 있었다. 박용하와 김강우는 나이는 박용하가 많고, 기수는 김강우가 높은 같은 과 동문이었고, 김강우와 박시연은 영화 ‘마린보이’에서 호흡을 맞췄다. 또한 박용하와 박시연은 박시연이 데뷔하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사이였다.
세 배우는 이구동성으로 “송지나 작가와 꼭 작업을 하고 싶었으며, 서로서로 북돋아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시연은 “용하 오빠는 잠시도 촬영장이 어색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박용하의 재치를 치켜세웠다. 김강우에 대해서는 “영화도 같이 했지만 워낙 둘 다 조용한 성격이라 티를 내며 반기진 않는다”며 “단 영화와 같은 모습으로 ‘식상해졌다’는 반응을 듣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지나 작가의 촘촘한 대본과 박용하, 김강우, 박시연의 패기가 어우러질 KBS2 드라마 ‘남자이야기’는 ‘꽃보다 남자’ 후속으로 오는 6일 오후 9시55분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