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섈위토크]엄정화, “후배들의 롤모델? 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인터뷰를 시작하고 5분 동안 눈과 귀를 의심해야 했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엄정화의 인상은 예상과 정반대였다. 극중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배태진 정도는 아니어도 자신만만한 도시 여성의 롤모델을 만날 줄 알았다. 그러나 너무 달랐다. 차분하고 조용한 옆집 누나의 느낌이었다. 영화 이야기를 할 때 흥분된 모습은 열아홉 소녀 같았다. 도대체 이 여자는 누굴까? ‘카멜레온’이란 단어가 딱 들어맞는 엄정화의 본모습을 찾아나섰다.

 Shy girl(조용한 여자)=엄정화가 이제까지 대중에게 보여준 가장 큰 이미지는 섹시함과 귀여움이다. 가수로서 섹시함의 극한대를 선보였다면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귀엽고 발랄했다. 인터뷰장에 나타난 엄정화는 외모는 여전히 섹시했지만 행동은 너무나도 수수(?)했다. 본인은 섹시함과 귀여움 중 어느 면이 더 좋을까?

 “둘 다 실제 저와 거리가 멀어요. 섹시하고 귀여운 이미지는 제가 노력해 만들어낸 거죠. 사실 앞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지켜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일에 있어서만 주도적으로 나서죠. ‘인사동 스캔들’의 배태진은 처음에는 나와 너무 달라 거절했어요. 그러나 감독님으로부터 배태진의 어린 시절 설정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지방에서 올라와 산전수전 겪은 후 미술계의 큰손이 됐다는 설명에 제 어린 시절이 연상되면서 캐릭터가 이해됐어요.”

 Ambitious Woman(야망 넘치는 여성)=엄정화가 ‘인사동 스캔들’에서 맡은 미술계를 쥐고 흔드는 배태진은 여배우라면 누구나 맡고 싶을 만한 역할. 겉모습은 여성적인 매력이 넘치지만 행동은 남자들보다 더 저돌적이다. 연기력을 인정받을 만한 캐릭터다. 혹시 영화제 상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을까?

 “그냥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을 뿐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여배우가 다양하게 할 만한 역할이 별로 없거든요. 배태진은 희로애락이 살아있지 않고 목적을 위해 그냥 밀어붙이는 캐릭터예요. 너무 평면적이어서 자칫 호흡을 놓치면 오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계산을 철저히 하고 연기해야 했어요. 상은 물론 타고 싶죠. 그러나 그보다 할 역할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청순가련한 역할을 잘할 수 있답니다. 호호호. 안 시켜줘서 그렇지.”

 Role Model(닮고 싶은 선배)=엄정화는 현재 수많은 여자가수들과 여배우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다. 나이는 결코 숫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며 여전히 수많은 영화감독과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가 됐다. 이렇게 되기 위해 얼마나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수많은 편견과 싸웠을지 짐작된다.

 “내가 누구의 롤모델이 된다는 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은 없는 것 같아요. 후배들이 힘들 때 희망을 줄 수 있는 등불이 될 수만 있다면 너무 행복하겠어요. 그러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어요. 전 아직 목표에 다다랐다고 생각지 않아요. 현재 진행형이에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Gold Miss(골드미스)=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촬영한 후에 생긴 후유증일까? 엄정화는 얼마전 토크쇼에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이 없다”며 눈물을 쏟아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팬들뿐만 아니라 가족, 친지들까지 모두 궁금해하는 일이니 안 물을 수 없다.

 “내년에는 하고 싶은데 계획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일에 대한 욕심이 아직도 많아선지 결혼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돼요. 결혼한 사람들은 왜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자기들은 다 해놓고 말야! 호호호. 동생 엄태웅이 먼저 결혼해도 좋냐고요? 물론요. 누나는 신경 쓸 필요 없으니 그냥 가라고 전해주세요.”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