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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버린 거인‘ 최준석 고효준 맹활약에 씁쓸

롯데 출신 고효준(왼쪽)과 최준석이 올시즌 초반 투타에서 맹활약을 떨치고 있다.

 22일 현재 방어율 0.93으로 공동 1위인 고효준(26·SK)과 홈런 6개로 공동 1위에 올라있는 최준석(26·두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두 동갑내기가 2009 프로야구 초반을 매섭게 달려나가고 있다. 올시즌 시작 전만해도 주전 자리마저 잡기 어려워보였던 이들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4월의 사나이’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무명신화’는 야구팬에게는 훈훈한 감동을 주지만 이들의 폭풍 질주를 씁쓸하게 바라보는 눈도 있다. 바로 이들의 친정팀인 롯데다. 시즌 초반 투타의 엇박자로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는 롯데는 과거에 버렸던 최준석과 고효준이 펄펄 날고 있어 더욱 속이 쓰리기만하다.

 롯데는 최준석을 이대호와 함께 차세대 거포로 키우려고 꽤 애지중지했다. 그러나 2006년 외국인 선수 펠릭스 호세와 이대호 등과의 포지션이 겹쳐 출장 기회가 줄어들자 과감히 두산과 트레이드를 했다. 대신 노장 최경환을 데려왔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퇴출시켰고, 그는 지난 시즌부터 KIA에서 자리잡아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결국 롯데로서는 아무 소득없이 거포 하나를 그냥 갖다 버린 셈이다.

 고효준을 생각하면 더 안타깝다. 2002년 2차 1순위로 입단해 큰 기대를 받았으나 1년 만에 그를 방출했다. 롯데는 심장 질환이 발견된 고효준이 선수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당시 백인천 감독은 “선수도 아니다”는 악평을 쏟아내며 고효준을 쫓아냈다.

 방출 후 SK에 새 둥지를 튼 그는 힘겨운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다 2005년 7월22일 사직 롯데전에서 6이닝 2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친정에 복수하며 감격의 첫 선발승을 거뒀다. 그리고 1369일 만인 2009년 4월21일 다시 롯데전에 선발로 나서 5.1이닝 6탈삼진 무실점으로 다시 한번 친정을 울렸다.

 투타의 총체적 부실 속에 타격 및 방어율 순위에서 10걸에 든 선수가 한 명도 없는 롯데. 고효준과 최준석의 시즌 초반 돌풍이 더욱 차갑고 아프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양승남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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