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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섈위토크]이은미 “난 한국가요계의 희귀동물”

침착하지만 단호했다.

 1989년 신촌블루스 3집 객원보컬로 데뷔한 ‘20년차 가수’ 이은미에게는 심상치 않은 내공이 느껴졌다. 1992년 ‘기억 속으로’로 솔로로 전향, ‘애인있어요’로 전 국민적 사랑을 받고, 최근엔 미니앨범 ‘소리 위를 걷다’로 중견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비롯, ‘결혼 안하기 잘했지’ ‘오래된 기억’ ‘꽃’ 등 전 곡이 음악차트를 점령했다. “가수생활 20년 만에 즉각적인 반응은 처음”이라고 했다.
 “‘애인있어요’의 영향이 컸죠. 드라마에 삽입됐고 고 최진실씨의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주목을 받았죠. 덕분에 어린 관객들이 부쩍 늘었어요. 전에는 점잖은 관객뿐이었는데 요즘은 ‘아악’ 하는 어린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도 들려요.”
 신해철의 표현대로 노래방의 앞방, 뒷방, 옆방에서 한번씩 부르고 가는 국민가요 ‘애인있어요’ 후 첫 앨범. 이은미는 대중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지금 뮤지션들은 투 잡(Two Job)이 아니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요. 저는 20년간 음악을 할 수 있었으니 팬들에게 감사해야죠. 그래서 팬들이 가장 좋아해준 ‘약간은 슬픈 노랫말의 발라드’ 음반을 냈어요. 듣기 편하고 많이 따라부를 수 있는 음악이에요. 팬들이 좋아하는 걸 만들자는 생각만했는데 정말 사랑해주시니 성공한 거죠.”

 그녀도 한때는 ‘스스로 잘난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고 음악을 만들고 “니네들이 안 듣고 배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철이 들고 팬들이 없으면 20년차 가수는 이룰 수 없다고 깨달았다.

 “전 한국 가요계에서 희귀동물이에요. 1년에 1~2번씩 야간업소 공연제의가 들어오는데 절대 안해요. 업소에서 노래를 팔게 되면 타성에 젖거든요. 방송도 그래요. 애초에 연예인으로 대접받고 싶지 않으니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필요가 없어요. 후배가수들에게 꼭 그렇게 하는 게 길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마지막 보루가 이승환씨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저 혼자인 것 같아서 외롭기도 해요.”

 인디밴드와 오버그라운드의 중간이고, 아이돌 가수와 30년 40년차 가수들의 중간. 그래서 책임감도 크다. 좋은 스피커와 음향이 아닌, MP3 이어폰과 컴퓨터 스피커로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도 고민이다.

 “음악 프로그램을 나가면 무대 사운드가 너무 커서 귀가 터질 것 같아요. ‘인 이어(In Ear)’로 귀 속에 꼽아 7~8시간 들으며 음악을 들은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난청인 거 같더라고요. 젊은 세대들에게 좋은 음악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제게 남겨진 숙제예요.”

 인간 이은미로 사는 시간은 1년 중 60일도 안된다는 ‘20년차 가수’ 이은미에게 앞으로의 20년을 물었다. 침착하면서 단호하게 답하던 이은미가 처음으로 머뭇거렸다.

 “음 그건 모르죠. 대중은 냉정해요. 20년 더하고 싶지만 1년을 더할 수 있을지, 6개월만 더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공연 올라가기 전에 밴드에게 하는 말이 최선을 다하자는 거죠. 하나의 음정도, 하나의 표현도 놓치지 않고 완벽하자고. 매순간 열심히 할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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