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넷세상은 지금… ‘노간지’ 열풍

그는 떠났지만 ‘노짱 오빠’는 영원히 남아…

외교엔 당당 국민엔 허리 굽히던 대통령

강냉이·김밥등 나눠먹으며 서민과 소통

이웃같이 친근하고 천진난만 모습 감동

네티즌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보여준 서민적인 모습을 되뇌며 이른바 ‘노간지의 추억’에 빠져들었다. 누구와도 격의없이 어울리며 때로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준 그였기에 서민들의 슬픔은 더하다. 경향신문 자료실에 보관된 ‘서민 노무현’의 모습을 모아봤다. 류원근기자

“당신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당신 때문에 울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3일째, 고향인 봉하를 비롯해 전국에서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은 그의 애칭 ‘노간지’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네티즌들이 속속 올리고 있는 고인에 대한 추억담들은 대통령의 솔직함과 정직성, 평범함과 소탈한 면모 등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노간지’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말인 ‘간지(폼이난다)’와 노의 성을 따서 만든 조어. 보다 인간적이면서도 개혁적이었던 전직 대통령 노무현의 모습을 회상하며 명복을 빌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도 인터넷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상복’을 입었다. 흑백로고, 국화꽃…. 추모게시판과 다양한 배너, 사진, 과거 동영상이 퍼날라지고 있다.

 퇴임 후 서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던 인간미 물씬 풍기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들이 ‘노간지 시리즈’로 살아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즐거운 표정으로 자전거를 타는 장면, 봉화마을 사람들과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 억새풀 언덕 미끄럼 타기, 직접 기타를 치며 상록수를 불렀던 동영상, 구멍가게에서 담배 한대 피워 문 사진…. 인간미 물씬 풍기는 노전대통령의 생전의 모습과 그를 추모하는 글이 주목을 끌고 있다.

<박효순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은 한반도는 지금 눈물바다다. 하지만 단순히 옛 대통령을 잃은 슬픔에 흘리는 눈물이 아니다. 누구에게는 ‘노짱 오빠’가 되고, 누구에게는 ‘선생님’이 되고, ‘할아버지’가 되기도 했던 ‘인간 노무현’이 마지막 가는 길에 꽃 한송이라도 더 피우기 위해 남은 사람들이 방울방울 떨어뜨리는 눈물이다.

네티즌은 노 전 대통령을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경호원 없이 시민과 만나던 대통령’으로 추억한다. 봉하마을에 내려가서도 그런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누구와도 스스럼 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포옹을 했다.

한 블로거가 올린 사진에서 그는 여학생들과 사진을 찍으며 그들보다 낮은 자세로 서 있기 위해 엉거주춤한 포즈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학생들의 기분을 위해 볼썽사나운 자세를 하고도 얼굴 가득 웃음을 짓던 노 전 대통령. 그들에게 노 전 대통령은 언제나 포근한 ‘노짱 오빠’였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 외국의 ‘힘 있는’ 자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도 그랬고,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도 그랬다. 아키히토 일왕과 악수를 할 때도 그의 허리는 민족적 자존심만큼 꼿꼿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여고생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군 통수권자인 그가 장병의 경례를 목례로 답하기도 했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의 말을 듣기 위해서는 주저없이 쪼그려 앉아 귀를 귀울였다. 미래의 보배인 유치원 꼬마들에게도 기꺼이 고개를 숙였다. 네티즌은 이를 비교한 사진들을 올려놓으며 노 전 대통령을 형이요, 아들이요, 할아버지로 부른다.

네티즌이 수없이 올린 동영상 속에서 그의 입은 언제나 서민의 맛을 좇는다. 농부들의 일손을 돕다가 새참이 나올 때면 누구보다 먼저 막걸리 잔을 내밀고, 두 손으로 술을 받아 아주 달게 마신다. 한 잔 술에 불콰해져 흥이라도 나면 노래 한 가락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는 또 등산길에 만난 어느 부부의 김밥을 빼앗아 먹는가 하면 노점상에게 군밤을 얻어먹으며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어느 관광지 휴게지에 들렀을 때 한 시민이 불쑥 내민 강냉이를 한 움큼 쥐고 맛나게 먹기도 했다. 당시 모습을 찍은 사진 속에서 강냉이를 함께 나눠 먹으며 웃음을 짓던 보좌진의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였다. 그들 모두에게 노 전 대통령은 평범한 이웃사촌으로 기억될 뿐이다.

봉하마을로 내려온 노 전 대통령은 자전거 타기를 즐겼다. 하지만 그의 자전거는 대통령에게 걸맞은 명품이 아니다. 속칭 ‘시장표’ 자전거. 그 자전거를 타고 손녀와 함께 동네 구멍가게를 오가는 노 전 대통령을 찍은 사진은 한편의 동화를 연상케 한다.

네티즌은 “장난반 진심반의 마음으로 대통령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메일을 보낸 소녀에게 직접 사인을 담은 우편물을 보낸 대통령은 이전까지 없었다”고 말한다. 파병 중인 자이툰부대를 찾아가 장병들과 얼싸안으며 감격해하고, 그들과 헤어지면서는 자식을 두고 떠나는 안타까움인 양 눈물을 흘리던 대통령 역시 없었다고 기억한다.

지금 한반도는 대통령을 잃은 안타까움이 아니라 제 살붙이를 떠나보낸 슬픔에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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