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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슬라이더·포크볼 각이 나를 세웠다”

e메일 인터뷰에서 올해 활약 배경 ‘환경변화 + 변화구 각’ 자평

 요즘 임창용(33·야쿠르트·사진)은 야구만화에 나오는 투수 같다. 방어율 0에 시속 160㎞까지. 그는 상상으로나 꿈꿔볼 만한 수치를 남기면서 2009시즌의 4·5월을 보냈다.

 임창용은 올시즌 20차례 마운드에 오르며 20.1이닝을 던져 15세이브를 건졌다. 마무리로서는 흠잡을 데가 없다. 어느 프로야구 사령탑이라도 탐낼 만한 마무리 모습 딱 그대로다.

 야쿠르트 경기가 없는 1일. 임창용을 ‘e메일’을 통해 만났다. 임창용은 ‘e메일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대성공 요인으로 환경 변화에 따른 긴장감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기록 위해 기록 의식 않겠다”

 이닝수가 많지 않은 마무리 투수는 자칫 한 차례 실수로 방어율에서 하루 아침에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임창용의 ‘방어율 0의 행진’은 더욱 조심스럽다. 더군다나 곧 여름이다. 어느 투수라도 체력으로나 집중력에서 흔들릴 여지가 있는 계절이다.

 임창용은 이에 대해 “아예 기록을 의식하지 않으려 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즌 목표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기록을 세우려면 기록 자체를 잊어야 한다는 소신. 임창용은 그보다는 “매경기 경기 자체에 긴장하고 집중하는 게 최우선인 것 같다”고 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우뚝 선 비결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임창용은 성공 원동력을 기술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으로 나눠 설명했는데 “사실, 몸상태는 한국에서 올 때와 같다고 보면 되고 환경 변화에 따른 집중력이 좋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에는 뛰고 싶던 무대에 오른 것이 도전의식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근성·투지·집중력 등 정신적 부분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임창용은 “구위가 회복되면서 자신감도 생긴 것이 맞는데 구체적으로는 포크볼과 슬라이더 각도가 살아난 것이 컸다”고 자평했다. 직구 시속이 15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직구가 효과를 보는 데는 달라진 변화구가 큰 역할을 했다는 자체 진단이다.

 임창용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삼성에서 뛰며 변화구가 밋밋하게 들어가 안타를 맞는 경우가 꽤 있었다. 어찌 보면 일본에서 생긴 결정적인 기술적 변화다.

 #“일본에서 인기변화? 의식 안할래”

 야쿠르트에서 2년째 체감 인기가 달라졌을 법하다. 임창용은 이에 대해 “아예 의식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늘 위기의식이 필요한데 그런 의미에서…”라며 초심 유지에 신경 썼다.

 임창용은 자기 스타일로 타자와의 승부를 끌어가는 편이다. 타석에 서 있는 선수의 무게감에 따라 구종이나 코스를 달리하는 횟수가 적은 투수다.

 그래도 일본타자들은 까다로웠던 모양. 임창용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지만 아무래도 커트를 해내는 기술력이 좋고 실투도 잘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결론은 한 길로 통한다. “그래서 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토미존 서저리는 시간과 싸움”

 임창용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뒤 성공한 대표적 선수다. 2005년 말 수술대에 오른 뒤 2년의 세월이 지난 뒤부터 구위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 마음 고생이 적잖았다. 삼성 시절 후배였던 배영수 또한 2007년 1월 수술 뒤 힘든 과정을 겪고 있다.

 임창용은 “팔꿈치 수술은…. 시간과의 싸움인데 겁내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을 내놨다. 올여름 체력관리를 두고는 “쉬는 날 무조건 잘 쉬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보양식이라고 특별히 따로 먹는 것은 없다”고 했다.

 향후 진로는 물음표다. 임창용은 “지금은 즐겁게 야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시즌 뒤에 에이전트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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