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중국집에 시켰는데 한식집서 배달을?!

야식업체 얄팍한 상혼 속지 마세요

상호·번호 바꿔가며 속 보이는 장사 일쑤

경기 불황 주문 줄자 궁여지책 ‘두집 장사’

“어, 그 집이 이 집이에요?”서울 신촌에서 자취를 하며 대학을 다니는 장모씨(21·여)는 며칠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얼마 남지 않은 기말고사를 준비하느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던 정씨는 속이 출출해 뭐를 시켜 먹을까 고민하며 음식점 전단지를 뒤적였다. 처음에는 평소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를 시켜 먹을까 생각하다 이틀 전 너무 맛없게 먹은 기억이 떠오른 데다 밤이 늦은 만큼 간단히 먹기 위해 냉면을 시키기로 했다. 30분쯤 지나 벨소리가 울려 문을 여는 순간, 정씨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 오므라이스를 배달한 사람이 이번에는 냉면을 배달해 온 때문이다.

긴가민가한 생각에 정씨가 돈을 내며 “혹시 오므라이스집 아저씨 아니에요”라고 묻자 아저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같은 집이에요”라고 말했다. 냉면을 먹으며 정씨가 전단지를 다시 뒤져보니 가게 이름은 달랐지만, 두 집의 전화번호가 국번만 다르고 뒷자리는 똑같았다. 냉면도 그다지 맛이 없어 정씨는 ‘속았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서울 마포에 사는 김모씨(30·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가족끼리 야식으로 오랜만에 보쌈을 시켰는데, 가끔 배달을 시키던 중국집의 아저씨가 철가방을 들고 온 것.

또 서울 강남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모씨(32)는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음식점 전단지를 받아보고 조금 씁쓸한 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20여개의 음식점이 들어 있는 전단지에 전화번호가 똑같거나 국번호만 다른 것이 몇개 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장면과 족발, 김치찌개와 초밥 등 한 집에서 내놓기 어려운 음식을 겸업하는 ‘두 얼굴의 식당’들은 주로 야식배달이 많은 대학가나 사무실 밀집지역에 많다. 일반 주택가에도 적지 않다.

이들 음식점의 특징은 평소 자주 시켜 먹는데도, 집이나 사무실 근처에서 간판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 음식점이 주문배달을 주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음식을 시키려고 전화를 걸었을 때 “○○식당입니다”라고 하지 않고 그냥 “식당입니다”라거나 “밥집입니다”라고 하면 100% ‘두 얼굴의 식당’이라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이들 음식점을 이용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먹고 살려고 별별 ‘고생’을 다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맛없는 음식을 또 먹게 될 때면 너무 얌체 같다는 기분이 든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배달·야식파’ 사람들을 더 짜증나게 하는 ‘얌체’는 수시로 간판을 바꾸는 음식점이다. 음식을 시키면 주는 할인쿠폰을 열심히 모아 오랜만에 ‘잔치’ 한번 벌이려 하면 “가게가 바뀌었다”며 서비스를 거절하는 음식점도 적지 않다는 것.

서울 신촌에 사는 김모씨(28)는 “1년 가까이 자장면집 쿠폰을 50개 모아 탕수육을 시키려 했더니 가게가 바뀌었다며 거절해 황당했다”며 “전화번호는 예전 주인의 것을 넘겨받아 그냥 쓰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정말 믿음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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