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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역사를 훔치고 달렸다’

500도루 1000득점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이 끝난 뒤에 하겠다.”(5월24일 광주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광주 가서 홈 팬 앞에서 대기록을 세우겠다.” (5월31일 잠실 LG전 종료 후)

  “성공하면 베이스를 뽑아 들고 관중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겠다.” (6월5일 삼성전을 앞두고)

  약속을 모두 지켰다. ‘바람의 아들’이 약속대로 광주 홈 팬 앞에서 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이종범(39)이 5일 광주 삼성전에서 통산 500도루와 1000득점 기록을 한꺼번에 세웠다. 모두 역대 최소경기 기록이었다.

  대기록은 0-0으로 팽팽하던 6회말 나왔다.

  1사후 좌전안타로 출루한 이종범은 3번 김상현 타석에서 2루를 향해 달렸다. 5구째 볼이 들어가자 쏜살같이 2루로 달려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했다. 바깥쪽 낮은 변화구라 삼성 포수 진갑용이 2루로 송구했더라도 세이프 될 타이밍이었다.

  94년,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역대 한 시즌 최다도루(84개)를 달성한 이종범이다.

  지난 달 21일 잠실 LG전에서 499도루를 기록했던 이종범은 전준호(히어로즈·549개)에 이어 역대 두번째 500도루를 달성했다. 93년 프로 데뷔 이후 1439경기만에 기록을 세워, 유일한 500도루 기록 보유자였던 전준호(1705경기)의 기록을 무려 266경기 앞당겼다.

  이종범은 이어 4번 최희섭의 중전안타 때 3루를 돌아 홈까지 달려 통산 1000득점까지 기록했다. 프로야구 28년 역사상 장종훈(한화 은퇴)·전준호·양준혁(삼성) 등 3명만이 세웠던 대기록이다. 이종범은 이 역시 양준혁(1522경기)이 갖고 있던 최소경기기록을 경신했다.

  이종범은 경기 전 말한대로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베이스를 뽑아 높이 들고 관중을 향해 환호했다. 굳게 박혀있던 베이스를 뽑느라 끙끙 댔지만 관중석은 박수와 함성으로 들끓었다.

  이종범은 “두 기록을 동시에 홈 경기에서 세워 기쁘고 감사하다. 야구를 해오면서 도루한 뒤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보다 다시 일어서 다음 베이스를 훔쳐야 한다는 생각에 가장 어려웠다”며 “항상 응원해준 팬과 옆에서 지켜준 아내에게 감사하다. 아프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뛰겠다”고 말했다.

  이종범의 활약과 선발 곽정철의 7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운 KIA는 삼성을 3-1로 눌렀다. 한화는 대전에서 유원상의 6이닝 무실점 활약으로 SK에 4-3으로 승리했다.  

 목동에서는 LG가 시즌 15·16호 홈런을 쏘아올린 페타지니의 활약 덕분에 히어로즈를 8-7로 꺾고 6연패에서 탈출했다. 두산은 잠실에서 롯데와 11회 연장 끝에 김동주의 끝내기 내야안타로 8-7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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