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맛多,이맛]서울 명동 ‘백제삼계탕’ 

쫄깃한 육질 담백한 국물 ‘이 맛이 삼계탕이지!’

40여년 노하우 외국 관광객 입맛도 사로잡아

인삼주는 서비스…‘닭똥집 볶음’도 인기메뉴

백제삼계탕의 주 메뉴인 삼계탕

‘뜨끈한 삼계탕 국물이 어찌 이리 시원할까.’ 뜨거워지는 날씨에 삼계탕집의 일손이 더 바빠졌다. 서울 명동 유네스코 빌딩 명동파출소 뒷길에 위치한 백제삼계탕(02-776-3267).

지난 4일 오후 1시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식당 테이블과 방이 절반 정도는 손님으로 북적인다. 피크타임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라 좀 늦은 시간을 잡아 명동파 비뇨기과 전문의 2명과 함께 백제삼계탕집을 찾았다.

명동에서 오래 전에 개원한 이윤수비뇨기과의 이윤수·조성완 원장은 이곳의 단골이다. 두 전문의가 자리에 앉자마자 으레 그런듯 김이 무럭무럭 나는 삼계탕(1만2000원)과 거의 동시패션으로 닭모래주머니볶음(1만원)과 인삼주가 한 잔씩 나온다. 한쪽에는 백제삼계탕원조(百濟蔘鷄湯元祖), 백주황계(白酒黃鷄) 등 범상치 않은 붓글씨의 액자가 걸려 있다.

기운이 떨어진다 싶을 때 이곳을 즐겨 찾는다는 성의학 전문가 이윤수 박사(54)는 “육질이 쫄깃하고, 국물이 깔끔하면서 시원 담백한 백제삼계탕이 여름철 보양식의 제일이다”면서 “삼계탕과 함께 내장볶음이나 닭모래주머니볶음, 닭볶음 중 하나를 시켜서 먹으면 더 좋다”고 말했다.

닭모래주머니 볶음.

마늘과 파를 듬뿍 넣어 조리한 닭모래주머니볶음은 아삭아삭 소리가 날 정도로 씹는 맛이 일품이며, 소금 기름에 찍어 먹는다.

이날 한쪽에선 20대 일본 여성 2명이 삼계탕과 맥주를 시켜놓고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닭고기를 먹고 국물을 연방 들이키며 “오이시, 오이시(맛있어)”라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또 방안에는 60대 남녀 노인들이 회식을 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후 2시쯤 된 시각에 짧은 금발 머리의 20대 외국인 청년이 혼자 들어와 삼계탕을 주문해 한 그릇 뚝딱 비운다. 식당 안은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올해로 개업 41년 된 백제삼계탕은 명동 맛골목의 터줏대감이다. 손님층은 남녀노소가 골고루 조화를 이룬다. 30~40대 남녀 커플, 나이 지긋한 50대 아저씨들, 인근 직장인 유니폼·넥타이 부대, 단체로 찾아오는 노인층 등 다양하다.

한국인이 가장 으뜸으로 손꼽는 보양식 삼계탕의 맛과 영양, 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은 한류의 명소이기도 하다. 명동 일대에 숙소가 있는 일본인·중국인뿐 아니라 멀리서 미국인, 유럽인, 남미인 등 국적을 불문하고 이곳을 찾아온다. 역시 일본인·중국인 관광객들의 왕래가 특히 잦다.

삼계탕 하나로 큰 가업을 일군 이상열 사장(66)은 “옛날에는 기차, 버스를 타고 시골 장터에 가서 재래종 토종닭을 사다 삼계탕을 끓였다. 마늘, 밤, 인삼, 대추 등 닭과 궁합이 맞는 신토불이 재료를 쓰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며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는 듯 지긋이 눈을 감았다. 지금은 재래종에 가까운 삼계탕용 웅추닭을 쓴다. 부화한 지 49일 된 370~400g 정도 나가는 영계들이다. 찹쌀, 배추, 무, 고춧가루 등 모든 재료는 국내산 1등급만을 고집한다고 한다.

“돈과 재산이 많아도 불행한 경우가 많아요. 작게 가져도 즐겁게 살면 행복한 것이죠.” 이 사장은 오순도순 삼계탕 한 그릇 먹으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매일 보고 있어 자신도 행복한 사람 중 하나라며 하하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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