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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口]부상 최준석 몸보다 마음 ‘고통’

14일 대구 삼성-두산전. 두산의 선발 라인업에는 최준석(두산)이 들어 있지 않았다.

12일 삼성전에서 2타수 2안타 3타점, 13일 삼성전에서 홈런 1개 포함, 5타수 3안타 6타점으로 주말 삼성전 이틀 동안 7타수 5안타 9타점의 맹타를 휘둘렀지만 13일 경기 도중 오른쪽 발목을 살짝 다쳐 빠졌다.

최준석은 전날 팀이 17-5로 앞서 있던 9회 2루에서 홈으로 쇄도하다 삼성 포수 진갑용과 부딪쳤다. 그 과정에서 진갑용의 발을 밟으면서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다.

당시 주루 플레이를 지시했던 두산 김광수 수석코치는 최준석이 뛰더라도 홈에서 아웃될 것을 알면서도 그냥 뛰게 했으나, 육중한 최준석은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진갑용을 밀치고 말았다.

화가 난 진갑용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바닥에 엎어져 있던 최준석을 향해 주먹을 쥐어보였다. 13점 차이로 이기고 있는 팀이 홈으로 쇄도해 상대 포수에게 몸을 부딪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최준석은 바로 헬멧을 살짝 들어올리며 미안하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덕아웃으로 들어갈 때는 화가 다 풀어지지 않은 진갑용을 향해 다시 한 번 허리를 90도로 숙여 정중하게 인사하는 보기 드문 광경까지 연출했다.

하지만 진갑용은 분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는지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된 뒤 배트를 손이 쥔 상태에서 두산 덕아웃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때문에 경기 종료와 함께 두 팀 사이에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성격이 매우 여린 최준석. 두산 김경문 감독도 이날 경기에 앞서 “최준석은 성격이 아주 여리다.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이었고 그쯤했으면 됐지만 표정은 심각했다”고 전했다.

의기소침해진 최준석은 경기 전 발목에 얼음을 대고 “오늘은 뛰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몸보다 마음도 더 무거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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