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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그래텍과 제휴…업계 긴장

e스포츠 대회공인·상금 후원 약속…저작권협상 우위 점유 우려

블리자드코리아의 오진호 사장과 곰TV 배인식 대표(오른쪽)가 파트너십을 맺고 손을 잡고 있다.

한국e스포츠의 핵심 콘텐츠인 스타크래프트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블리자드가 움직였다. 스타크래프트2 출시를 앞두고 e스포츠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한 인터넷방송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으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블리자드는 최근 그래텍의 인터넷방송 곰TV에서 주최하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월드오브워크래프트 e스포츠 리그를 후원한다고 밝혔다. 각 종목의 대회에 5000만원, 1000만원, 5000만원씩 총 1억1000만원의 상금을 후원하고 스타크래프트 대회 입상자는 블리자드에서 주최하는 게임컨벤션 ‘블리즈컨 2009’의 참가권을 주기로 했다.

블리자드가 국내 e스포츠대회에 상금을 후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e스포츠 태동기에는 있었으나 이후 프로게임단이 생기고 한국e스포츠협회가 만들어지면서 사라졌다. 더욱이 스타크래프트의 저작권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국내 e스포츠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블리자드의 후원은 곰TV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곰TV는 인터넷방송 리그로 e스포츠 시장에 진입하려다가 게임전문 케이블TV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 리그인 스타크래프트 클래식의 경우 파격적인 형식에도 불구하고 12개 프로게임단이 모두 참여하지 않는 등 운영이 쉽지 않다. 그러나 블리자드가 대회를 공인해주고 지원까지 약속하면서 힘을 받게 됐다.

뿐만 아니라 곰TV는 이번 블리자드와의 관계로 스타크래프트2의 e스포츠화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기대감까지 높이게 됐다.

두 회사의 긴밀한 파트너십에 대해 e스포츠협회와 게임전문 케이블TV는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번 일이 선례가 돼서 향후 저작권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리자드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협회와 온게임넷 및 MBC게임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블리자드가 곰TV와의 계약 조건을 내세워 협상을 하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곰TV가 블리자드에 게임 사용료를 얼마나 줬는지도 향후 저작권 협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블리자드와 e스포츠협회의 저작권 협상은 답보 상태다. 블리자드는 게임 사용료를 비롯해 방송물에 대한 관리, 중계방송에 따른 수익 배분 등 포괄적인 지적재산권을 요구하고 있고 협회는 과도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곰TV 후원은 스타크래프트2 출시 임박으로 시간이 많지 않은 블리자드의 선공인 셈이다. 향후 e스포츠협회를 중심으로 한 국내 e스포츠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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