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김정호 “불합리한 정부 규제 없애는데 앞장설 것”

게임 아이템 구입금액 제한

성인에게도 적용 말도 안돼

고스톱·포커 이용시간 제한

셧다운제 자발 도입도 강행

업체도 이젠 사회적 책임질때

 “온라인 고스톱·포커류 게임의 사행성 솔직히 인정합니다.”

 “그린게임캠페인 밀어붙이다가 게임업체들한테 탄핵당할 것 같아요.”

 최근 경기도 분당 NHN 사무실에서 만난 제4대 한국게임산업협회장 김정호 NHN 한게임 대표(42)의 말이 거침없다. NHN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게임포털 한게임의 대표이자 이제 막 취임 100일을 넘긴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의 입에서 나오는 말치고는 파격적이다.

 김 회장은 남의 눈치보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성격이라서 협회장 취임 초기에 부하직원들의 걱정이 태산이었다. 말실수로 사고라도 치지 않을까 해서다.

 그런데 사고는 다른 데서 터졌다. 게임업체에게 손해가 되는 게임 이용 시간 제한이라는 규제를 꺼내 들었다. 김 회장은 1일 자사 게임포털 한게임에서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온라인 고스톱·포커류(고·포류) 게임의 이용 시간을 10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다른 고·포류 게임업체들도 시행하도록 했다. 더욱이 정부에서 꺼냈다가 업체들의 반발을 샀던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이른바 셧다운제도 자발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밀어붙이고 있다.

 다른 게임업체들 입장에서는 “자기가 협회장이면 협회장이지 왜 나서서 난리야”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실제로 김 회장은 “이렇게 밀어붙이다가는 조만간 협회 회원사들한테 탄핵을 당할지도 모르겠어요. 분위기 안 좋아요”라고 말했다.

 업체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사행성 근절과 청소년 보호를 위해 할 것은 반드시 하겠단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되니깐 게임으로 생기는 문제점을 모른 척 할 수 없더군요. 그리고 게임업체도 돈 버는 데 급급할 때는 지났죠. 이제 사회적인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게임업체의 희생만 요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불합리한 규제는 고쳐나가겠단다. 특히 정부가 성인이라도 MMORPG 등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등을 한 달에 30만원 이상 구입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는 4대 회장의 목을 걸고라도 꼭 풀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본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위(Wii), 미국의 X박스를 살 때는 100만원 어치를 사든 간섭하지 않으면서 온라인게임에서는 30만원으로 제한하는 게 말이 되나요! 미국, 일본 게임을 제한하는 것은 촌스럽고 우리 온라인게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사실 김 회장은 ‘깍두기’로 협회장이 됐다. 전 협회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권했지만 모두 고사해 마지막으로 김 회장을 찾아와 개인적으로 부탁해 수락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NHN 대표보다 협회장 일에 푹 빠져 있다. 처음에는 1주일에 하루 정도 시간을 내다가 요즘은 2~3일을 협회 업무로 동분서주다. 게임업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직원을 시켜서 보고서를 만들도록 하는 등 아주 열심이다. 김 회장은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최근 만든 2건의 보고서를 보여주며 설명하기도 했다. 열정이 느껴진다. 이러다 임기 2년에 할 일을 취임한 지 얼마 안돼 다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앞으로 터트릴 게 계속 있어요”라며 눈을 반짝인다.

 그렇지만 취임 100일이 지난 소감은 신통치 않다. 협회장이 명예직이어서 생기는 것도 없고 당연직으로 맡아야 하는 자리도 많아졌다. 덩달아 주머니도 가벼워졌다. 김 회장은 지난해부터 북한 어린이들에게 빵을 보내는 기부도 하고 있어 통장에 월급이 찍히기 무섭게 빠져나간다. 그래서 요즘 아내한테 바가지를 많이 긁힌단다.

 그래도 대한민국 수출역군으로 떠오른 게임업계 수장으로서 부탁 ‘말씀’은 잊지 않는다. “제가 협회장으로 있는 동안 국민들이 게임업계를 많이 응원해주시고 게임은 적당히 즐겁게 이용해주세요.”

▶▶김정호는 누구?
 
김정호 NHN 한게임 대표는 1990년 고려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삼성 SDS에 입사, 9년간 근무했다. NHN과의 인연은 SDS 인사팀 근무 때 이해진 현 NHN 이사회 의장을 채용하면서다. 이후 교분을 쌓아오다가 NHN 창업에 참여, NHN 사업자 등록증을 등록하고 창업 초기 사업자금 100억원을 따오는 등 지금의 NHN이 있게 한 1등 공신 중에 한 명이다. 김 대표는 회사 초기에 네이버컴 서비스본부 이사를 지냈으며 2001년 엔터테인먼트 본부장, 2004년 부사장(COO)과 차이나 대표 등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한게임 대표를 맡고 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