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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파일]‘장군의 아들‘ 신화ㆍ비화

<장군의 아들> 20주년 축하연에서 박상민(왼쪽)이 임권택 감독과 자축가를 부르고 있다. 오른쪽에서 배우 출신인 임감독의 아내 채령 여사가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제공 \'스타 앤 히트\'.

영화 <장군의 아들> 주역들이 탄생 20주년을 맞아 자리를 함께 했다. 탄생 10주년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된 이같은 자리는 충무로에서 매우 드문 사례이다. <장군의 아들>이 낳은 신화 및 비화를 살펴본다.

# “이렇게 기분 좋을 수 없어”
<장군의 아들> 탄생 20주년 축하연은 지난 18일(화) 저녁 6시30분, 송파구 거여동 중식당 ‘남운’에서 열렸다. 임권택 감독 부부를 비롯해 배우 박상민·이일재·김형일·민응식·손호균·김윤희, 김영빈·김홍준·김의석·김대승 감독, 편집기사 박곡지, 오꾸노조 히데키 동서대 교수, 월드스타 강수연과 김두찬 제니스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박상민과 임권택 감독이 <장군의 아들> 20주년 축하케익의 촛불을 끈 뒤 케익을 함께 자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장군의 아들>에서 김동회 역을 맡아 주목받은 이일재는 “20주년 축하연에 빠질 수 없어 미국 뉴욕 일정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오늘 급거 귀국했다”고 밝혔다. 일본어 대사 등을 맡은 오꾸노조 히데키 교수와 김두찬 대표는 부산에서, 중국으로 팔려가는 기생으로 출연했던 김윤희는 인천에서 왔다. 태흥영화사 이태원 대표와 신현준·김승우 등은 선약과 축하연이 겹치는 바람에 불참, 아쉬움을 샀다.

20년 전 8월 18일은 <장군의 아들> 출연진이 확정된 날이다. 주역으로 데뷔,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 박상민은 “20년 전 이날 하얏트 호텔에서 신고 인사를 드린 게, 뒤풀이에 참석하기 전에 집으로 달려가 목에 걸었던 화환을 엄마한테 걸어드리고 넙죽 절을 올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지났다”면서 임권택 감독과 참석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10년 뒤 30주년 축하연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권택 감독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지만 이렇게 10·20주년 모임을 갖는 건 <장군의 아들> 뿐”이라며 “영화를 오래 하면서 이렇게 맘 편하고 기분 좋은 날이 없다”고 기뻐했다. 밤 12시 40분까지 각 테이블을 순회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술을 권하고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를 나눴다. 주위에서 “감독님이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는 건 처음 본다”면서 “정말 기분이 좋으신 것 같다”고들 입을 모았다.

김윤희도 주목받았다. 인천 남동구 간석2동에 자리한 강남한의원 원장인 것이다. <장군의 아들>에 이어 2·3편에도 출연한 그녀는 “상민이와 서울예대 동기”라면서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공부를 다시 해 한의대를 졸업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임권택 감독은 “장하고 기특하다”면서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어디어디가 안 좋은 것 같다면서 진료를 받으러 갈테니 잘해 달라는 등 참석자들 사이에 축하와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임권택 감독이 <장군의 아들> 20주년 축하연에서 술을 받고 있다. 이날(8월18일)은 월드스타 강수연의 생일이기도 했다. 강수연은 <장군의 아들> 신인 공모 당시 심사위원을 맡았다. 박상민은 <장군의 아들> 20살 케익 외 강수연의 생일케익도 따로 마련했다. 박상민은 \"임권택 감독님은 강수연 선배와 저의 영화계 아버지\"라며 \"선배님은 <씨받이>와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저는 <장군의 아들> 시리즈로 배우로서의 명성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일찍 스타로 만들어주셨는데 이후에는 쓰지 않고 있다\"면서 \"다시 거둬주셔야 한다\" 애교어린 간청을 해 폭소를 자아냈다.

한편 이 날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박상민의 아내 한나래씨였다. 지하철 5호선 거여역 1번출구 앞에 자리한 중식당 ‘남운’ 운영을 맡고 있는 한나래씨는 일주일 전부터 파티 플래너와 함께 축하연을 준비했다. 닷새 전 남운 입구에 <장군의 아들> 20주년 축하연 플래카드를 내걸고, 2층 한 켠에 <장군의 아들> 스틸사전을 전시하고, 18일에는 일반 손님에게게 식대를 절반만 받는 등 내조에 최선을 다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 초유의 히트 기록, 3편까지 제작
<장군의 아들>은 홍성유씨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상화했다. 전 출연진을 신인 공모를 통해 선발했다. 이는 한국영화사상 처음인 것으로 손꼽힌다. 타이틀롤을 맡은 박상민은 이후 대종상 신인남우상 등을 수상,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다.

<장군의 아들> 시리즈는 극장가에 액션영화 붐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1990년 1월 6일부터 촬영했고, 6월 9일 종로3가 단성사에서 개봉됐다. 67만8946명(이하 서울 관객·한국영화연감 기준)이 관람, 13년 만에 한국영화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갱신했다. 이전 최고 흥행작은 김호선 감독의 <겨울여자>(1977)로 58만5775명이 관람했다.

<장군의 아들>은 이렇듯 한국영화사상 기념비적 작품이다. <장군의 아들2>가 1991년 7월 20일에 개봉돼 35만7697명, <장군의 아들3>이 1992년 7월 11일 개봉돼 16만2600명이 관람했다. 김영빈·김홍준·김의석·임상수·김대승 감독 등이 <장군의 아들> 시리즈를 통해 연출 수업을 받았다. 박상민·신현준·김승우·황정민 등 <장군의 아들>로 데뷔한 이들이 요즘도 톱스타로 각광받고 있다.

임권택 감독은 <장군의 아들>을 연출한 의사가 없었다. <길소뜸>(1985) <티켓>(1986) <씨받이>(1986) <아다다>(1987) <연산일기>(1987)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 등 무거운 영화를 잇따라 연출했고, <도바리> <비구니> 등의 제작이 무산되면서 연출 꿈을 접어야 했던 아픔을 겪은 임감독이 “과거 경험을 살려 쉬어가는 기분으로 연출을 맡아달라”는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의 간청을 받아들이면서 기치를 올렸다. 20년이 지난 요즘 액션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을 연출, 빅히트를 기록하면서 2·3편까지 연출하게 됐다. 임권택 감독은 “원래 <장군의 아들2>는 김영빈 감독이 연출할 예정이었는데 <장군의 아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히트를 기록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2편과 3편까지 연출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장군의 아들> 주역. 사진은 <장군의 아들3>의 한 장면으로 오연수ㆍ박상민ㆍ신현준ㆍ이일재ㆍ김승우(사진 왼쪽부터) 등이 호흡을 맞췄다.

<장군의 아들>은 또한 한국영화를 국내외에서 빛낸, 한국영화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이태원·임권택·정일성 트리오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다. <장군의 아들> 시리즈를 비롯해 <서편제>(1993) <태백산맥>(1994) <춘향뎐>(2000) <취화선>(2002) <하류인생>(2004) 등이 세 콤비의 작품이다. <서편제>는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서울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작품이다. <태백산맥>은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춘향뎐>은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취화선>은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하류인생>은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장군의 아들>은 김영빈 감독이 리메이크를 준비하고 있다. 김 감독은 태흥영화사 및 임권택 감독에게 이미 허락을 받았다. <장군의 아들> 신화가 부활할는지 기대된다.

<배장수기자 cam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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